아이의 세계 어디에 서 있는가(3)
씩씩하게 학교로 뛰어들어간 아이의 배경에 엄마인 내가 있었다면,
아이들이 등교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 나의 배경에는
가벼운 우리 아이의 발걸음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친구와의 사건 이후 처음 등교한 오늘, 지금 우리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무엇을 경험하고 있을까.
문득문득 불안감이 올라왔지만, 나는 그냥 우리 아이를 믿고 나를 믿기로 했다.
나를 믿는 우리 아이를, 아이를 믿는 나를.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어? 오늘 학교는 어땠어?"
"오늘 자리 바꾸는 날이었는데, 지민이가 두 손 모으고
제발 나랑 짝 안되게 해달라고 다 들리게 기도하는 거 있죠.
그러고는 나 다른 친구랑 귓속말로 속닥거리고,
그 옆에 있던 친구가 나한테 손가락질하고..."
전날 덕이의 예상 속에 이런 상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혹시나 친구가 다가와서 사과할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막상 친구의 그러한 태도에, 우리 덕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덕이는 어땠어?"
"짜증 났어"
의외였다.
'슬프고 우울했겠다'는 나의 짐작과는 전혀 다른 표현에,
나는 오히려 안심했다.
신기하리만치 긴장이 풀리며, 얼굴 근육이 저절로 올라갔다.
'짜증 났다'가 이렇게 기쁘게 들릴 수도 있다니!
"그럼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다른 친구들하고 놀았어요. 나 원래 다른 친구들하고도 잘 놀잖아. 그런데.. 좀 외로웠어."
"..."
"나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그렇게 군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속상해"
아이의 이런 표현에 적잖이 놀랐지만,
그것보다 더 뜨끔했던 것은 '다른 친구하고 놀았으니 괜찮았겠지.' 하는 내 생각이었다.
"덕이야. 덕이는 가장 친한 친구가 덕이 섭섭하게 하고,
덕이가 배신감을 느끼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가 만약 그렇게 했다면?"
"엄마가 그랬다면.. 음... 안아줄 거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나는 쿵하는 심장을 붙잡고, 하트가 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안아줄 거야"라고 하면서 나에게 안기는 아이.
그 속에는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이 듬뿍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