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이야기 - 2023년 4월 2일
오늘 어느 모임에 가서 들은 얘기를 브런치에 공유하며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미국인 커플
어느 30대 중반의 미국인 커플이 50만 달러인 집을 한 채 사려고 하는데, 계약금 (down payment) 20%를 좀 더 모은 후 사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지금 모아 놓은 돈으로 10%의 계약금을 내고 지금 집을 구입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커플은 대출은 없고, 연봉은 합쳐서 32만 달러 정도 된다고 했어요.
이 커플의 연봉은 미국에서 상위 5%에 속합니다. 연봉이 미국에서도 꽤 높으니 커플이 사는 곳이 뉴욕시라고 가정해 보죠. 뉴욕시 평균주택값은 62만 달러니, 커플은 평균보다 낮은 가격의 집을 사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커플의 연봉 실수령액은 1만 9천608달러이고, PIR (Price Income Ratio)은 다음과 같습니다:
500,000/199,608 = 2.5
약 2.5년간 한 푼도 안 쓰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커플이 10%의 계약금을 내고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45만 달러를 5% 이자로 상환을 하면, 30년 상환은 매달 약 2440달러, 10년 상환은 약 4793달러를 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세금과 HOA 등 훨씬 더 내야 할게 많지만 일단 상환액과 이자만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커플의 월급 실수령액은 16,634달러입니다. 이 커플은 그냥 10년 상환을 해버리자고 결정합니다. 생활비로 3000달러를 쓴다고 치면, 10년 동안 모기지를 상환하면서도 한 달에 무려 8841달러를 저축할 수 있습니다.
주택 구매를 하려는 가상의 한국인 커플
그러면 비교를 간단히 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상위 5%에 속하는 가구의 평균 소득은 얼마일까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2인 가구 상위 5% 연소득에 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자산'에 관한 통계는 많았지만요.
여하간 한 사람이 약 1억 원을 벌면 상위 5% 소득자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국 커플은 서울에 살고 2억을 번다고 가정했습니다. 2023년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2억 7천만 원, 주택 평균가격 9억 6천만 원, 빌라 평균가격은 3억 4천7백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고액연봉자이니 빌라를 구입할 것 같지는 않네요.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합니다.
이 한국 커플 연봉 실수령액은 1억 3천680만 원이고, PIR은 다음과 같습니다:
1,270,000,000/136,800,000 = 9.3
약 9.3년 간 한 푼도 안 쓰고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네요.
서울에서 약 12억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50% LTV 6억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42세 부자들은 평균 약 6억의 현금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30대 중반인 이 커플이 수중에 6억이 있을 가능성은 적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어떤 이유가 되었건 있다고 가정합니다.
나머지 6억을 5% 이자로 30년간 상환하면 한 달 322만 원과 한 달 이자액 (총 이자액 약 600,000,000/360개월) 167만 원, 총 489만 원을 내야 합니다. 10년간 상환하면 한 달 636만 원과 이자액 (총 이자액 약 163,671,000/120개월) 136만 원, 총 772만 원을 냅니다.
이 커플도 10년 상환을 결정합니다. 커플의 월급 실수령액은 1140만 원이고, 생활비로 약 200만 원을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커플은 10년 동안 원리금과 이자를 갚으면서 한 달에 168만 원을 저축할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첫째, 미국인 커플은 연소득이 원화로 약 4억 원 정도인데, 5억 5천만 원짜리 집을 구입하려고 하네요. 왜 더 좋은 집을 사고 싶지 않을까요?
지난 3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생방송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만약 총재의 자녀가 지금 이 시점에 부동산을 구입하려고 한다면 구입하도록 하겠습니까? 아니면 말리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때 총재는 '글쎄요. 기자님 자녀분 연봉은 어떻게 되시죠?'라고 답변을 시작합니다. 아마 부동산 가격이 비싼지 싼 지를 보지 말고 자녀 연봉 수준에 맞는 부동산을 보고 구입할지 판단하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미국인 커플은 아마 50만 달러 주택이 적정한 주택 가격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이마저도 계약금을 20%로 만들고 살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위에서 가정한 한국인 커플은 우리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고액연봉자들입니다. 그런 커플도 10년 상환을 하면 한 달에 100만 원 밖에 저축하지 못할 정도네요. 아마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국인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또는 이들이 연봉 수준을 잘못 판단하고 수준에 걸맞지 않은 아파트를 구입했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요.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어느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나요?
둘째, 두 커플의 나이를 모두 33살이라고 생각해 볼까요. 이들 모두 MZ세대 초초고액연봉자들이네요. 한국의 젊은 커플과 미국의 젊은 커플이 똑같이 지혜롭고 스마트하고 미래에 대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동등하게 뿜뿜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들은 집을 구입한 직후부터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한국인 커플이 모든 소득을 끌어모아 10년간 집값을 갚을 때 (이 커플이 필요한 현금 6억 원에 대해서도 어디서 이자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미국인 커플은 한창 소득이 높아 자신만만하게 여유자금을 통해 젊을 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서로 의논하고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이들이 10년이 지나 43살이 되었을 때 둘 다 아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한국인 커플은 통장에 2억 160만 원이 모일테고, 미국인 커플은 약 100만 달러가 모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모든 가정들이 너무 단순화되었습니다. 그래도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두 커플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해보면, 한국인 커플은 43살이 될 때까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혁신적인 곳에 투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미국인 커플은 10년 간 커리어에 도움이 될 여러 일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챗GPT가 이룰 새로운 미래에 거액 투자를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이를 3명 낳아 대가족을 이루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2023년 4월 2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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