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라고 밝히는 게 잘못인가요?
악플은 인플루언서만의 일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받아보니 처음에는 당혹감, 화남. 그리고 자발적 냉각기를 거쳐 냉정함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사건은 이랬습니다.
모 플랫폼에서 20년 명퇴 교사로 나왔다는 제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는데 네 번째 달린 댓글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전직 교사라고 밝힐 거면 왜 퇴직한 거임????"
시비조 댓글이 확실한 게 그 뒤에 단 댓글도 이런 글이라 전후 맥락을 보고 해석이 되었습니다.
(해석문) 교사였다고 이야기해서 이득을 볼 생각이면 학교에 있지, 학교를 나왔으면서 굳이 교사였다고 이야기하느냐?
이렇게 해석이 되었어요. 그 순간,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니, 퇴직을 했는데 현직에 있는 것처럼 말한 것도 아니고, 또 교사가 아니었는데 교사로 퇴직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라서 기망의 의사가 전혀 없고, 20년 봉직하고 나와 20년 차 명퇴 교사입니다라고 밝힌 게 무엇이 잘못인가?라는 점이었어요.
전직 헬스트레이너
전직 가수
전직 공무원 등은 괜찮은데 왜 전직 교사였다고 밝힌 게 뭐가 어때서? 였어요.
이직의 순간, 자신이 전에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밝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에 이런 개발 일을 했다. 전에 이런 상담 일을 했다 등등. 그렇게 밝히는 건데, 교사를 향한 날 선 댓글을 보고 있자니, 이 또한 교사를 향한 가스라이팅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전직 교사였다고 말해서 굉장한 이득을 취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겠다 싶었어요.
오히려 퇴직을 하고 나서, 교사였을 때 출판사에 들어왔던 협업 제안이 뚝 끊겼어요.
전직 교사라고 말하는 건, 수많은 직업 중 하나였던 일을 20년 가까이해 온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뜻입니다. 수많은 전직 타이틀을 단 사람들처럼요.
왜 퇴직한 거임?? 이런 말도 할 필요가 없겠네요! 퇴직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자발적 퇴직, 비자발적 퇴직입니다. 자발적 퇴직에도 이유가 백 가지가 넘고요. 비자발적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댓글 하나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입니다.
한 사람의 업이 바뀌는 그 일을 전직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퇴직 사유까지 집적거리는 건 그 직업에 대한 몰이해와 배려심의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