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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Aug 25. 2024

복직 그 후

2024. 8. 25.

다시 직장에 다닌다. 내가 먹을 밥을 내 힘으로 버는 느낌은 나를 당당하게 만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찍 자면 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들을 두고 먼저 출근한다. 걱정이 되지만 한 번 시켜보니 아이들이 잘 해냈다. 복직을 해도 일기는 꼬박꼬박 쓸 줄 알았다. 쓸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러 방에 들어가면 나도 눕고 싶다. 아니면 세탁기에 있는 빨래를 널어야 한다. 


복직 후 처음으로 남편과 다퉜다. 분명 사소한 일로 싸웠다.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싸움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무기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돈을 벌지 않는 동안에는 괜히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위축되었다. 남편과의 갈등을 서둘러 봉합해버리려고 했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싸울 때마다 내가 진 것 같고 져주어야 될 것 같았다. 화해를 해도 개운하지 않았다. 


내게 있던 자신감과 당당함은 내가 버는 수입에서 왔던 것일까. 오래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갈등을 그대로 둘 생각이다. 내 마음이 괜찮아질 때 화해할 것이다.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복직 후에 내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부부싸움을 대하는 나의 태도일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남편 앞에 당당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나대로 열심히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살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몸무게가 줄었다.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복직 전에 몸이 아팠다. 살이 빠진 덕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옷들이 몸에 딱 맞게 되었다. 살을 빼지 않고 입었다면 대참사가 났을 것이다.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아침과 저녁의 양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학교에서 먹는 급식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1일 1식을 하는 마음으로 급식은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퇴근 후가 제일 바쁘다.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아이의 학원 시간을 확인해서 그에 맞게 준비를 시키는 일이 제일 복잡하고 어렵다. 남편과의 다툼도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이들의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겨우 한 시간인데 말이다. 교습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한 시간만이라도 집중해서 질 높은 공부를 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에 마음이 분주하다.


이제는 남편이 없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덜 불편하다. 가끔은 남편이 있으면 더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제법 커서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 끼니만 잘 챙겨주면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한다. 예전에 나는 주말에 주로 누워있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이제는 졸리면 눕고 졸리지 않으면 골프 연습을 하러 간다. 나도 변했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직장인에게는 제일 싫은 날이지만 나는 급식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해야겠다. 감사한 마음으로 급식을 먹고 집에 와서는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아이들의 밥을 챙겨야겠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한 주를 무사히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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