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하려는 결혼
처음부터 우리는 부모님들께 거래가 아닌 결혼이 하고 싶다 말했어.
난 정말로 이해가 안 가더라고. 시집, 장가가는 아들 딸과 함께 올려 태우는 혼수라는 것이 결혼하는 당사자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의미 있는 예가 아니라, 마치 양가 집안의 거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 거래가 탐탁지 않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신랑 신부도 뭐 거기서 빠빠이 하는 거지. 우리는 서로의 가족들로부터 축복과 사랑 외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어. 다만 혼수의 의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들을 키워준 부모의 노고를 치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면, 그 선물은 자식인 우리들이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와 부모님들 간의 거래? 가 이루어진 거지.
“각자 우리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 한 가지를 알려주세요” 혹은 당장 떠오르는 게 없다면, 차차 무엇이 필요한지를 우리가 함께 찾아보기로 했어. 라니 엄마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은퇴 후 가지고 싶은 새로운 취미로 사진을 꼽으셨는데, 그래서 우리는 입문자용으로 괜찮은 사진기와 부속품들 그리고 사진에 대한 개론을 알려줄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걸로 잠정 결론 났지만, 한동안 라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혼자 살게 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어. 그래서 우리는 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를 오롯이 어머니 당신의 기호에 맞게 리모델링해드리는 아이디어를 냈고, 어머니도 기뻐하셨던 것 같아. 인테리어 디자인은 라니, 감리와 목공은 후니가 맡기로 했어.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배미경 사모님의 러브하우스’
훈이 엄마 같은 경우에는 1억짜리 다이아몬드를 원하신다 농을 던지시길래, “지금 당장에는 선물할 형편이 안되니 어머니 관에 들어가실 때, ‘어머니 너무 늦었습니다’ 하고 함께 넣어드릴게요” 농으로 되받아쳤어. 그 자리에서 모두가 웃어 자빠졌어. 그런데 훈이 엄마의 선물에는 진심도 꽤 묻어 있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아버지는 손사래 치시면서 받고 싶은 게 전혀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 집 강아지 덕구와 예삐를 손주 보듯이 기르고 계셔. 받고 싶은 것이 제일 노골적으로 분명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