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도에 버린 것들
-
잘하는 일로 돈을 벌어, 좋아하는 일에 소비할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 하고 싶은 것들에 소비할지,
이 둘을 놓고 수만 번 들었다 놨다 고민한 적이 있다. 요즘 같이 개인 콘텐츠가 중시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할 줄 알았다면 망설임이 적었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 불안은 좋아하는 일을 돈 버는 일처럼 해버리다 좋아하는 일이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게 될까 봐 걱정된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다 언젠가 노트북에 써뒀던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어릴 적, 몹시 사랑하던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이 아이스크림을 묘사하자면 이렇다.
일단 이놈의 겉면은 커피 맛이 난다. 인스턴트 봉지 커피를 얼려 놓은 맛이랄까? 커피란 어른들의 전유물 같은 것으로 동경하던 내게 이 제품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표면을 핥고 나면 이내 무지막지하게 달달한 초콜릿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가운 커피 아이스크림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초콜릿은 최초의 형태 그대로 냉동고에서 막 꺼낸 것처럼 먹기 좋게 견고하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다 녹아내리고 나면 그 핵의 위치에 오렌지 맛 사탕이 떡하니 앉아 초콜릿의 아쉬운 달달함을 달래준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오락실에서 오락 몇 판 갈기고 나면 결국 플라스틱 막대만 덩그러니 남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버릴 게 없다. 플라스틱 막대는 피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준다.
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것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나는 금세 이름도 잊어버리고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찾아냈다.
그렇게 나는 나이를 먹어가며 내 목숨 같다 말하던 모든 것들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이에게로 사랑을 옮겨왔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은 맞고 또 내일은 다르겠지. 뭐 보나 마나 난 또 틀릴 테니, 그냥 지금 당장 사랑하는 것밖에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