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가 그에게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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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려워요. 왜인지 예의를 차리게 되고, 목소리도 다소 순종적으로 나지막해져요. 그런데 훈은 조금 달라요. 나이가 많은 사람과도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해요. 나에게는 참 신기한 일이지만, 훈의 친구들 중에는 정말로 나이가 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여럿 있어요. 훈은 어떻게 나이 많은 사람과도 서스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혹 불편하거나, 어려움은 없었을까? 건방지다거나 예의 없다고 핀잔 듣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에요. 그런데 훈과 훈이의 친구들은 나이는 제각각 다르지만,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같다는 특징이 있었어요. 같은 길 위에서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과는 살아온 세월의 크기 또는 그들이 가진 부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이 많은 훈의 친구들과 나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면서 이제는 나 또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겨요.
훈은 종종 이야기해요. ‘나는 유치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나이 많은 친구들은 적어도 사랑할 때 빼고는 유치하지 않은 것 같아. 인간이라면 사랑할 때는 마땅히 옹졸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사랑할 때 빼고는, 유치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