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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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마주치는 연인들의 얼굴을 보면 나는 이들이 이제 여행을 떠나는지, 아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건지 알아맞힐 수 있어. 여행을 시작하는 연인들과는 다르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커플들 중에는 꽤나 높은 확률로 이별하였거나, 곧 이별이 예상되는 어두운 낯빛을 하고 있어. 그들은 분명 낯선 여행지에서 이를테면 비행기를 놓쳤다던지, 귀중품을 잃어버렸다던지, 숙소 예약 오류로 밤새 길바닥에 자게 되었다던지, 쉬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을 때, 머리를 맞대고 함께 즉각적인 문제 해결법을 찾기보다,
‘이 모든 게 너 때문이야’
원망하며, 이 모든 상황의 탓을 상대에게로 돌려, 본능적으로 이 혼돈의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맨 먼저 구조하려고 하지. 그렇게 의미 없는 다툼을 하다 결국 서로에 대한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가 봉합하기엔 너무나 크게 벌어져 버리는 거야. 누구의 과실로든 또는 환경으로부터든 결코 원하지 않는 사건 사고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불평과 원망만 쏟아낸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잖아. 우리는 지금도 이기려는 대화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대화를 잘하고 있어. 라니의 요청처럼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서로의 역할을 정할 때도, 말랑말랑 연두부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습관을 갖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