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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앤오스틴 Aug 05. 2021

100만 원으로 창업하기

-3- 내가 사업이라니?








 브랜드를 런칭하기로 마음먹은 그날부로 아이템을 구상했다. 내가 지금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활용해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람들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것.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놀라. 그래놀라를 팔자!'






 동생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 동생은 그럼 지금 당장 만들어보자고 했고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여의치 않고 신나서 만들었다. 평소에 매일 견과류를 챙겨 먹기 때문에 늘 질 좋은 견과류가 구비되어있었고 잘 압착된 오트밀을 주문해서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만들어먹곤 했기 때문에 다행히 모든 재료가 다 있었다. 처음 만들어보는 그래놀라가 맛있을 수 있을까 긴가민가 하며 만들었지만, 완성된 그래놀라를 보자마자 그동안 내가 먹었던 수많은 그래놀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침마다 요거트에 그래놀라 타 먹자고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썼나...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건강한 그래놀라가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바로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투자자를 찾고 나니 책임감이 더 막중해져서 최대한 이 일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의 '사'자도 모르는 애가 무슨 사업이라니? 나도 처음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이렇게 시도해도 될까 걱정도 들었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했던 후회에서 이미 겪지 않았나. 스스로의 한계에 가두는 것은 제일 미련한 짓이란 걸.


 하지만 왜 사람들이 '사업, 사업' 하겠는가. 위험요소가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가까운 예만 보더라도 우리 집안의 경우를 보면 사업으로 쫄딱 망하신 분도 계시고, 사업으로 성공하신 분도 계신데 정말 신기하게 한쪽은 집안을 먹여 살리고 한쪽은 집안을 무너지게 했다. 그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시작부터 결심을 했다. 초기 자본이 부족하지만 가족 돈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것을. 친족의 돈이라 가볍게 여겼다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다 같이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를 목격했기 때문에 친족의 힘을 빌리지 말자를 원칙으로 세웠다.


 그런데 당장 미술학원비를 걱정하던 사람이 도대체 어떤 자본으로 사업을 한단 말인가? 일단 재료값도 만만치 않게 드는데 말이다. 다행히 나는 사업 파트너를 구했고, 나의 계획을 들은 동생은 나를 믿고 동업자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래놀라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투자를 해주시겠다는 분이 나타나셨다. (친족이 아니다) 어떻게 아직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투자를 해주느냐는 질문에, 평소 너희의 모습을 보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그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진짜 부자는 '성장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그렇게 들어온 자금으로 굽습니다 매일매일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래놀라를 구웠다. 부엌에는 시나몬 향이 진동을 했고,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불러지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래놀라를 굽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세상에서 제일 건강하고 질리지 않는(=맛있다는 말임) 그래놀라를 만드는 것! 실제로 나는 매일 그래놀라를 먹고 있고,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제품을 먹어봤다. 하지만 처음에 먹었을 때 자극적이고 달콤한 맛보다는 은은하게 질리지 않는 그래놀라를 계속 찾게 되더라. 결국은 몸에 부담이 되지 않고 건강한 그래놀라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레시피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설탕은 과감히 뺐다. 내가 봤을 때 건강하고 좋은 재료라는 확신이 들면 레시피에 첨가했다.


 그렇게 10개가 넘는 종류의 그래놀라를 만들어 소분 포장을 해 지인들에게 시식 박스를 돌리고 시식회를 거쳐서 하나의 레시피가 탄생하였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함과 대중적인 입맛을 모두 고려해 탄생한 레시피였다. 소자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거창하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구상한 일인 만큼 아직도 얼떨떨하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그래놀라를 굽고, 포장하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 길이 어디로 나아갈지, 실패할 수도 있고 잠깐의 이벤트처럼 지나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처음 그래놀라를 만들어 팔아볼까 생각했던 시점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한 달 동안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였다.


 1평 남짓한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했을 때는 아무리 머리를 써도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 불안한 미래마저 걸어 나가 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는 후회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실행하고 계속해서 고래의 꿈을 키워나가보려고 한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길 기대하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은 뭔가를 이룩하는 결과가 아니라
그냥 삶의 과정 같아요.

진짜 성공이란,
나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뛰어든 도전과 그에 따른 실패에 자신을 패배자로 몰아세우지 않는 것.
가장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내는 굳센 마음 하나 키워내는 것.
그게 진짜 성공인 것 같습니다.

배혜수, <쌍갑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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