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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를 류 Nov 01. 2021

나의 괴짜 선생님

 그분을 떠올리면 지금도 진한 개나리 노란 빛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16살의 봄, 아마도 쉰 어디 즈음 이셨던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분은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계신 분이었다. 복도에서도, 학생부실에서도, 심지어는 운동장에서도 화내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카리스마가 학생들로 하여금 항상 숙제를 해오게 만들곤 했다. 아니, 어쩌면 분신처럼 들고 다녔던 회초리가 우리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위협용 회초리를 들고 입가에는 사람 좋은 미소라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천방지축 날뛰던 우리를 잠재우려면 호신용으로라도 회초리를 들고 다녀야 한다나 뭐라나.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항상 학생들 몰래 학교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시고는 했는데, 학생들이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어느 날은 몇 달간 통 보이시지 않으시길래 누군가가 손을 들고 여쭈었다.

"쌤, 요즘에 뒤에서 담배 안태우시던데 끊으셨나요?"

선생님은 잠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아무렇지 않은 척,

"몇 달 끊었다가 다시 피우면 더 맛있어서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그런 분이었다. 솔직하고 숨김없는. 누군가에게는 괴짜 선생님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모든 걸 감추기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는 분이셨다.


 나에게는 2살 터울의 언니가 하나 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2년 간격을 두고 항상 언니를 쫓아 학교에 다녔다. 언니는 전교에서 손꼽힐 만큼 공부를 잘하던 우등생이었는데, 그런 언니 때문에 나는 항상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동생이 언니보다는 공부를 못하네"

"언니보다는 성적이 좀..."

그런 나의 장점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셨던 분이 바로 그분이었다.

"지혜는 언니보다 글도 잘 쓰고 성격도 좋네"


 9년이 지난 지금,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그날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때때로 타인과 비교하고, 내가 못나 보일 때도 있지만, '나에게도 나만의 장점이 있지'하며 다시금 한 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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