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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데 Oct 14. 2023

끝자락

조용한 공연

20살이 되던 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다.


엄마도 아빠도 나한테 그럴걸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런 딸,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우습게도, 그게 내 사랑의 표현방식이었다.


겁없이 나를 사회에 던진 댓가로

악착같이 살아야 살 수 있었다.

때론 배고팠고

때론 서글펐고

때론 뿌듯했고

때론 비참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이라 믿었는데

문득 눈을 들었을 때

나와 따뜻한 밥한끼를 함께할 사람

내 슬픔에 함께 울어줄 사람 하나 없었다.

그 때, 나의 최선이 나를 가두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나아가야했다.


-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곳에

오롯이 나 홀로 향했을 때,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부모님의 좋은 딸

친구들의 좋은 친구

새내기들의 좋은 새섬

교수님의 좋은 제자

팀원들의 좋은 리더

좋아하는 사람의 좋은 애인

사랑하는 사람의 좋은 아내

먼 훗날 내 아이의 좋은 엄마


이 모든 것이 나이길 바랬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곳에 서서

이 모든 것 중 단 하나조차

내 의지와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음을 깨닫는다.


크고도 사소한 사람이 되고 싶다

소중하고도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이 온통 모순이고

내 실체가 온통 고집이다.


그토록 억척스레 무엇이 되고 싶었나.

한 발짝만 떨어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이 곳은 내가 고립된 곳.

나의 한계.

나의 결핍.

나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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