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산책길, 낙엽이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었다. 발로 밟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낙엽이 부서졌다. 성한 잎이었다면 밟아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질겨서 부서지지 않았을 텐데. 낙엽은 힘이 없었다. 밟고 또 밟고 징검다리를 건너듯 낙엽을 밟으며 신나게 걸었다.
낙엽은 타인에게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를 베푼다. 거기에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내게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오늘 낙엽을 밟으며, 나이를 든다는 건 한편으로는 또 다른 매력을 장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