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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Dec 07. 2023

생애최초 점 빼기

점을 빼는 행위는 돈을 주고 고통을 사는 거라 여겨서 여태껏 점을 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얼굴에 점이 하나둘씩 늘어가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사십 대쯤 되면은 한 번쯤은 점을 빼서 나처럼 많은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점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니깐 거울을 볼 때마다 점부터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점을 빼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겼다. 어느 날 유독 내 점이 더 많아 보이던 날, 피부과에 예약도 없이 방문했다. 다행히 상담이 가능했다. 진료는 피부과 전문의와 하고, 견적은 상담실장과 했다. 점만 빼는 것보다 잡티 제거까지 하는 게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하며 나를 유혹했다. 또한 점만 빼면 나머지 잡티들이 도드라져 보이고 이 또한 거슬려서 추후 시술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그럴 경우 비용도 더 들고 이중으로 고생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에 돌아오자 점을 뺄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에서 잡티까지 제거를 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사실 결정 장애처럼 한참을 망설이는 나인데, 그다음 날로 나는 다른 병원에 상담을 하러 갔다가 당일에는 진료가 어렵다고 하는데 사정해서 접수를 한 후, 마치 홈쇼핑 매진 임박에 주문을 하는 심정으로 결제까지 마치고 치료실에 누워 있게 되었다. 현실을 깨닫는 순간 얼굴에는 덕지덕지 마취크림이 발라져 있었고, 그 크림은 얼굴을 간지럽혔다. 사십 년이 넘도록 함께 했던 점들인데, 어떤 것은 빼고 어떤 것을 빼지 말지 결정도 못했는데 곧 나의 점들이 사라질 위험에 쳐한 느낌이었다. 혹여 얼굴에 복점이라도 있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레이저가 내 얼굴에 쏘여지자 썩 좋지 않은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따끔따끔, 뜨끔뜨끔 거리는 통증이 살을 파고들었다. 양손을 꼭 모은 채 움켜쥐었다. 왼손이 오른손을 위로하고, 오른손이 왼손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깨끗해질 얼굴을 상상하며 고통을 감내했다. 이런 시술을 10회 받아야 한다는데 벌써부터 꽤가 살살 난다. 점만 빼는 게 아니라 잡티까지 없애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댄다. 뭐든 쉽게 얻어지는 건 없나 보다.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는데 그들도 그 피부를 얻기 위해서 고통을 참아가며 노력을 했겠지. 피부 미인을 보면 앞으로 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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