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 신자다. 모태신앙이고 나의 배우자도 같은 종교다.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유아 세례를 받게 했고, 첫 영성체를 기다리는 중 코비드가 발발하여 모든 모임이 제한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첫 영성체 교리를 받을 수도 없고, 성인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예비신자 교리도 듣지 못하는 애매한 나이가 되고 말았다.
천주교에서 첫 영성체(First Holy Communion)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 영성체는 천주교 신자가 처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을 말하는데 성체와 성혈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사 중에 희고 동글납작한 것을 사제가 신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보통 외국에서는 성혈을 상징하는 포도주도 같이 나누어 줄 때도 있는데, 하나의 잔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입을 대고 마시기에 아마 코비드 때 성혈을 나누어 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생략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초등학교 2-3학년의 어린이들이 첫 영성체를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교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실 코비드 전에 첫 영성체 교리를 받을 기획가 있기는 했다. 어떤 성당에서는 첫 영성체를 받는 아이들의 부모까지 같이 교리를 들어야 한대서 신청을 안 하고, 또 어떤 성당에서는 첫 영성체를 받은 아이들의 부모가 일정기간 성당에 봉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나의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첫 영성체가 미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나는 코비드라는 나름 유효한 변명을 사용한다.)
이번에 운 좋게 한 성당에서 중학생인 나의 아이들을 예비신자 교리를 들을 수 있게 허락해 주어 이제 아이들은 일정 기간 동안 첫 영성체 교리를 들을 예정이다. 일요일 아침잠은 물 건너갔으나 그래도 아이들이 이번 기회에 믿음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