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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Mar 16. 2023

우리는 유니폼이 공연복이야 #9

나의 하이라이트 릴

                                                                               

 2005년 10월. 일산에 새로 생긴 대형 쇼핑몰 야외 무대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악기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장님이 설치 도중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비올 것 같은 날씨네요." 정말로 축축하고 흐릿한 저녁 날씨였다.




 이날 공연엔 모처럼 콜플 선배가 내 맘에 쏙 드는 노래를 골라 많이 기대됐었다. 'in my place'. 딜레이와 리버브를 잔뜩 넣은 기타 사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흐릿한 저녁 날씨와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이펙터 볼륨을 잔뜩 올려서 리버브 사운드를 크게 울리니 이어폰 꽂고 지나가던 남학생이 멈춰서서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리허설을 마치고 본공연을 시작하는데 비가 보슬보슬 오기 시작했다. 고개 끄덕끄덕하던 남학생이 비를 피해 사라지고, 그나마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비와 함께 우리만의 공연을 짧게 마치고 악기를 철수하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뒷풀이를 하는데, 선비매니저님이 이런다. "우리는 유니폼이 공연복이야."

각자의 스타일과 느낌대로 옷 입고 하는 공연은 당연히 신나고 좋다. 그런데 그날 우리의 공연이 관심을 많이 못 받은데다 비까지 내려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선비 매니저님은 우리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니폼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다른 밴드와 다른 우리만의 정체성. 전세계를 넘나들며 일하고 그 중 100분의 1의 확률로 음악이 너무 좋아 모이게 된 인연들. 자유로움과 어우러진 단정함. 이 멤버들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유니폼 말고 어떤 것이 또 있을까. 날개를 단 스타들 '윙스타'. 




  앞으로 진행되는 공연들에서 유니폼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우리는 우리 회사의 얼굴이 되었고, 우리 회사는 우리 밴드의 얼굴이 되었다.

 폭발하는 에너지를 유니폼 속에 응축하여 단단하고 단아하게 노래했다. 

 유니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펼쳐지는 음악은 무지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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