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얼이 들어오고 얼마 후, 우리는 새로운 공연을 기획했다. 어린이와 지적 장애인들에게 드럼의 규칙성 있는 강약비트가 두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고 하니 장애 어린이 기관에 찾아가서 연주하자는 것이었다.
선비 매니저님의 말에는 늘 무게가 있었다. 그동안의 공연과 다른 마음 가짐으로 선곡하기 시작했다. 동요와 트로트와 신나는 댄스 음악 등, 연습하면서도 들썩들썩 신이 났다.
천사원은 언덕 위에 있었다. 악기를 각자 나눠 싣고 올라가고 있는데 벌써부터 아이들이 보였다. 우리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것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서 있었다.
힘좀 쓰는 남 선배들이 무대를 설치하는 동안, 다람쥐 선배와 후배들은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준비했다. 샌드위치, 김밥 등을 담고 있는데 무대가 완성되었으니 사운드 체크하러 올라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올라가보니 아이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리허설인데 본 공연처럼 기대하는 눈빛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 각 노래별로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보컬의 볼륨을 맞췄다. 짧은 한 소절을 노래하는데도 앞에 나와서 춤을 췄다. 춤을 멈춰 세워야 하는 우리가 다 미안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곧 이어 똑같은 곡으로 본공연이 시작 되었다. 언제 리허설을 했냐는 듯 아이들이 박수치며 앞에 나와서 춤을 추었다. 처음으로 받아본 미칠 듯한 관객 매너에 모두가 흥분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곧 사라졌다. 모두에게 축제의 장이었다.
아이들과 저녁 식사 후 집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다음에 다시 함께 하자고 이야기 나누고 돌아 나왔다. 마음 한켠에 뜨거운 무언가가 계속 남았다.
며칠 뒤, 천사원으로부터 감사장이 도착했다.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행복 한 조각을 선물해 준 윙스타 회원들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장을 받고 보니 아이들이 다시 눈에 밟혔다. 순간 다람지 선배가 말을 꺼낸다. "우리 천사원 아이들 한 번 더 만나죠. 이번엔 우리 회사에 초대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아요" 한달 뒤 다시 아이들을 만나기로 하고 다시 합을 맞추었다.
드디어 아이들이 오는 날, 지하 회사 강당에 아이들을 위해 풍선 장식을 했다. 식탁에 점심식사와 간식을 차리고 두근두근 아이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시끌벅쩍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을 박수로 맞이했다. 무대 위에 있던 멤버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식탁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연주하다가 아이들의 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는 것인지, 우리가 아이들의 공연을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함박 웃음을 짓는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멤버들 얼굴에 천사를 만난 기쁨과 행복 가득이다.
아이들로부터 전염된 함박 웃음. 깨끗해진 마음.
이 공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연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