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end #밴드 이야기

#밴드 이야기 2024.9.11

by 하이라이트릴

몇 달 전의 일이다. 자기 전 갑자기 린킨파크의 멜로디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유튜브에 in the end를 쳐 보았다. 오랜만에 들으니 헤어나올 수 없이 너무 좋았다. 세상을 떠난 체스터 베닝턴의 탁하고 아름다운 목을 긁는 소리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4시다.


린킨파크는 2000년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등장하여 20대와 30대 초까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뉴메탈 밴드다. 거대한 기타 사운드와 목을 긁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혼란스러웠던 나의 젊은 열정, 쾌락과 향락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나이가 들어도 린킨파크는 언제나 나의 최고의 밴드였다. 트랜스포머 영화가 나올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주제가는 늘 듣기 좋았다.

그러던 2017년 체스터 배닝턴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적지 않은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였고 더이상 린킨파크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어렸을 적 성적 학대의 피해자였고 약물 중독자였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기사를 읽으며 조용히 그를 추모했다.


체스터를 추억하며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라이브 콘서트를 할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목을 긁고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 질러댔다. 체스터의 목소리는 또다시 나의 열망을 어루만져 주었다.

타고 타고 들어가다보니 2020년에는 린킨파크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가 있었나보다. 수많은 가수들이 체스터를 추모하며 린킨파크의 노래들을 번갈아 돌아가며 불렀다. 체스터의 목소리는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는데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그 공연을 계속 보다보니 체스터가 더 그립고 허전했다.



이틀 전, 구글에서 깜짝 알람이 떴다. '린킨파크 내한 공연'. 곧이 어 남편에게 카톡이 온다. "린킨파크 내한 공연 한대. 티켓 오픈은 9월 13일이야. 알람 맞춰놔야겠어"

공연 정보를 찾아 보았다. 새로운 보컬을 구했다고 한다. 유튜브에 린킨파크 검색어를 쳐 보았다. 따끈한 9월 5일 로스엔젤레스 라이브 공연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기대 없이 클릭했다. 그런데.

체스터가 여자로 환생한 듯 린킨파크의 음악이 살아 났다. 그의 창법과 그의 느낌에 다른 목소리와 다른 매력을 더 얹은 에밀리 암스트롱의 노래는 린킨파크에 찰떡이었다. 리더인 마이크 시노다의 인터뷰를 보니, 에밀리 암스트롱의 노래를 듣고 그냥 린킨파크의 음악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공연장의 관객들도 그걸 느끼고 열광하는 듯 했다.


환상속에 이미 나는 내한 공연 객석에 앉아 있다.

'아차, 내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이런, 하필이면 필리핀 마닐라를 가는 날이잖아. 저녁 5시에 내리는데 어쩌지. 공연한다는 기사는 어쩜 이리도 임박해서 난 건지.'

스케줄 조치가 어려워 근무가 끝나고 갈 수 있는 곳인지 공연장을 검색해 보았다. 어머나 세상에나 .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 차로 15분 거리이다.

벌써부터 공연장 갈 생각이 설렌다.

우리를 보며 웃고 있을 베닝턴이 보이는 것만 같다.



Time is a valuable thing

시간만큼 값진 건 없지

Watch it fly by as the pendulum swings

그게 흔들리는 시계추를 따라 떠나가는 걸 봐

Watch it count down to the end of the day

그게 하루의 끝을 고하기를 기다리는 걸 보라고

The clock ticks life away, it's so unreal

째깍거리는 소리에 삶 또한 사라져가, 믿기지 않는 광경이지

Didn't look out below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않았어

Watch the time go right out the window

창밖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봐

Tryin' to hold on, didn't even know

잡아보려 했지만, 미처 몰랐던 거야

I wasted it all just to watch you go

난 그저 떠나가는 널 지켜보는 데 모든 걸 낭비해버렸다는 걸



For all things

그 모든 것에 대해

There's only one thing you should know

넌 한 가지 알아야만 해


I tried so hard and got so far

노력했고, 많은 걸 얻었다 해도

But in the end it doesn't even matter

결국엔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I had to fall to lose it all

모든 걸 잃고 추락했다 해도

But in the end it doesn't even matter

결국엔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in the end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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