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 레퍼드- 우정과 열정, 그 고귀함 #밴드 이야기

#밴드이야기 2025.1.8

by 하이라이트릴

20살 어릴 적 한동안 푹 빠졌던 밴드가 있다. 데프 레퍼드. 무거운 메탈 하드락 사운드 시장에 가벼운 댄스 비트와 아름다운 선율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밴드였다.

너무 좋은 노래와 더불어 놀라웠던 것은 외팔 드러머였다. 드럼은 양손과 발로 연주하는 악기인데 외팔이라니. 그 사정을 들어보니 이랬다. 밴드의 막내인 드러머 릭 알렌이 왼팔이 절단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멤버들이 "드럼은 너 아니면 안돼."라며 재활을 마치고 왼발이 왼팔을 대신할 때까지 약 3년간 기다려줬다는 것이다. 비어있는 왼쪽 소매가 펄럭여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웃으며 연주하는 릭의 영상을 볼때마다 감동이었다.


세월이 흘러 잊고 있다가도 우연히 나오는 음악은 늘 좋았다. 남편과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다가 데프 레퍼드가 갑자기 생각이 나 곡을 신청했다. 드럼 비트 박자에 맞춰 잔을 비우는데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다.

남편은 sns에 영상을 올릴 때 종종 데프레퍼드 노래를 선택하곤 한다. 그날도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 좋네. 유튜브 영상좀 볼까.’


‘이런 세상에. 계속 공연하고 활동하고 있었잖아.’

게다가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보컬인 조 엘리엇이 59년생으로 67세, 기타리스트인 필 콜렌이 57년생으로 69세. 70을 바라보는 노인들인 것이다.

2020년에 공연한 이 영상은 릭 알렌이 드럼 스틱으로 사인을 주자 비비안 캠벨이 기타를 뉘여 손을 부채처럼 촤르륵 펼쳐 웅장한 사운드를 내며 시작한다.

릭 새비지가 매력적인 긴 펌 헤어를 나부끼며 춤을 춘다. 단단한 베이스를 가볍게 안고 날아 가듯 누비는 모습이 신난다.

이어서 나타난 필 콜렌의 모습은 늘 그렇듯 가슴 근육을 뽑내며 상의를 탈의한 상태다.

릭 알렌은 비어있는 소매를 영국 국기로 감쌌다. 곱슬한 머리와 주름진 얼굴에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조 엘리엇은 금빛 단발의 생머리에 영국 왕족같은 금색 투 버튼 양장을 입고 노래했다. 젊었을때랑 닮은 목소리이지만 더 깊어진 음색이다. 양 팔을 벌려 가슴을 활짝 펴고 관객의 환호를 흡수하여 몇 배로 증폭된 에너지를 돌려준다.

조의 노래에 뒤 따라오는 멤버들의 조화로운 코러스. 모든 멤버들이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면서 극한의 합이 이루어 질때마다 느껴질 쾌감은 그 어느 밴드와 비견할 바가 아니다. - 그 속에 있어보고 싶어서 어찌나 부럽던지.

필과 비비안의 기타 사운드에는 사자의 포효,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들어 있다. 맹수를 피해 도망가는 초식 동물을 추격하는 듯한 속주가 이어지는 이곡의 제목은 ‘animal'.

1991년 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비비안 캠벨은 필과 다른 사운드를 지니고 있지만 필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듯한 겸손한 모습을 보여준다.

70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매력에 여운이 남아 계속 재생하며 나도 모르게 되뇌인다. “와, 멋있다. 진짜 멋있다.”


요즘 일터에서 티비에서 고집스럽게 나이든 사람들, 품위 없게 나이든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그때마다 나의 노후가 걱정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존엄하게 나이들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랬기에 데프 레퍼드의 모습은 해답 같았다.

밴드 하는 음악인들은 서로 반목하여 멤버가 교체 또는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인기 많은 보컬이 혼자 솔로로 데뷰하여 밴드가 해산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아니면 약물 중독이나 알콜 중독 우울증 등으로 사망하는 멤버들이 생기다보니 젊은 시절의 열정을 품은 밴드가 그대로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45년간 꾸준히 반듯하게 인연을 이어오다니. 이들이 함께 지속해온 음악에 대한 열정이 놀라웠다. 노화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편안함, 그 범위내에서 뽐낼 수 있는 최대한의 깔끔함과 귀족적인 멋들어짐이 나에게 각인되었다.

수십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나의 얼굴과 데프 레퍼드의 얼굴을 겹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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