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에세이 2024.12.10
이집트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죽기 전에 피라미드는 꼭 보고 싶어.'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로또처럼 이집트 6박7일의 스케줄이 나왔다.
한달 내내 이집트 갈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에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 발견한 글. '이집트 여행의 백미는 사막투어이다.'
이집트 출발 전날부터 당일까지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되고 지연되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노선은 다 결항되었으나 운 좋게(?)이집트행 비행기는 4시간밖에 지연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에 도착해보니 예약해 둔 여행 가이드로부터 여러통의 카톡이 와 있었다. '내일 사막 투어를 가기 위해 여권 사진이 필요하니 사진을 보내주세요.' '대답이 없으셔서 투어 취소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에 당장 내일 할 프로그램이, 그것도 이집트의 백미가 취소되다니 너무 허망했다. 당장 가이드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이드님, 저희 비행기 지연되서 이제 도착했어요. 내일 정말 사막 투어 못가나요?" 사막을 가기 위해서는 여권 사진을 제출하여 미리 신고했어야 하지만 다행히 가이드님이 잘 조치해주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새벽 5시반, 사막으로 떠나는 봉고차에 탑승했다. 2시간쯤 달려서 운전기사가 내린다. 아침 식사를 하고 떠나자는 것이다. 물 한병과 이집트식 샌드위치 두개씩 주었다. 이집트식 양념과 허브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있었다.
운전기사는 끊임없이 달렸다. 중간 중간에 화장실을 위해 휴게소에 들린 것을 빼고 총 5시간 가까이 계속 달렸다. 창가에 보이는 풍경은 건물 하나 없이 오로지 허허 벌판 사막 뿐이었다.
'저어기 보이는 저런 황토색 사막 가운데 한군데 가는 거겠지?'
바하리아에 드디어 도착했나보다. 어느 베두인 집앞에서 내리라고 한다. 들어가서 다들 앉아 있으니 긴 상 두 세개에 정갈하게 보이는 음식을 담아 들고 들어온다. 이것이 이집트식 점심 식사인가보다. 마음을 열고 숟가락을 들었다. 베이지색 빵에 여러 음식을 곁들여 먹었다. 다양한 종류의 곡물과 채소로 이루어진 음식들이다. 머뭇거리며 소극적으로 먹는 사람들 중에 적극적으로 빵 속에 음식을 넣어 크게 베어 먹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나도 따라해 보았다. '음, 이것이 진정한 이집트식이지.'
네 명씩 그룹으로 지프차에 탑승했다. 도로를 달리다가 사막 속으로 들어갔다. 모래 바닥 위를 달리니 덜컹덜컹 매드맥스가 된 것 같다.
얼마 정도 가니 시커먼 사막이 눈에 띈다. 블랙 데저트. 검은 화산암이 분출, 쫙 깔려서 블랙 데저트가 되었다고 한다. 기가막힌 광경이다. 내가 타고 온 지프차 위에 올라가 보았다. 다리가 후들 거리지만 너무 멋있었다.
지프차를 타고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사막에 도착했다. 이 곳은 원래 바다였다고 한다. 암석들에 박혀있는 조개 껍질들이 눈에 띈다. 지각 변동으로 바다 아래에 있던 석회암들이 올라왔고 그 하얀 암석들이 부서져 하얗다는 것이다. 하얀 모래가 옷에 묻어 색깔옷이 하얗게 물들었다.
한참을 사막을 헤치고 달리고 달려 크리스탈 사막에 도착했다. 도처에 햇빛에 반짝이는 보석들이다. 지구 속 깊은 곳에서 모래가 어떤 압력과 열로 보석이 되었을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보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크리스탈 조각들을 주머니에 챙기기 바쁘다.
지프차로 속도를 올려 황토색 사막에 도착했다. 운전 기사가 아들래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you first" . 샌드보드들을 지프차에서 꺼내 아들래미에게 가장 먼저 내민다. 아들은 누나와 함께 신나게 소리 지르며 사막을 타고 내려간다. 어른들도 아이처럼 소리지르며 신나게 탄다.
해가 져 어둑어둑 해지니 더 타고 싶은 아이들을 데리고 지프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운전 기사는 rpm을 5까지 올린다. 경사가 있는 사막이다 보니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후진하여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와 부아앙 소리내며 올라가는 차들이 보인다. 우리 차 운전기사는 일등 실력자인가보다. 후진 한번 없이 한번에 최대 속도로 올라갔다.
조금 이동하여 오아시스 근처에 스태프들이 텐트촌을 설치하였다. 지프차 두 대를 연결하여 돗자리를 깔아 식사 테이블을 만들었고 차 한쪽에 주방을 만들어 요리를 시작 하였다. 모닥불에는 닭고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어나서 처음 보는 호수가 보였다. 별로 꽉 차 있는 호수다. 이쪽 모래사막 경계부터 저쪽 경계까지 전부 밤 하늘이다. 은하수 스노우 볼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온 것이 감격 스러웠다.
별을 보다가 추워져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앉자마자 시차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가이드가 갑자기 부른다. 별보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것이다. 자던 아이들을 깨우고 지프차 위에 별을 보러 올라가니 한명은 춥다고 울고 한명은 그대로 잔다. 가이드가 셔터를 누르며 안타까움에 탄식했지만 이것도 추억일테지.
밥을 먹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텐트에 재웠다. 마음씨 착한 가이드는 그것도 안타까웠나보다. 아이들좀 깨워서 밥좀 먹이지 그러냐고 계속 제안했지만 아이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남은 어른들끼리 별을 보며 닭다리를 뜯었다. 뜨끈한 국물과 샐러드를 곁들이니 일품이었다. 이집트와서 먹어본 음식중에 최고였다. 맥주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었지만 평평한 사막 노천 화장실을 이용해야하는 관계로 참았다.
밤늦게 잠을 청했지만 시차 때문에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그때까지도 별들은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제 밤 제대로 보지 못한 별을 보겠다고 서둘러 텐트 밖에 나왔다. 나는 어제 밤부터 계속 혼잣말이다. "우와, 진짜 별들이 쏟아진다. 이런 장관은 처음이야."
간단하게 차려진 따뜻한 차와 쿠키를 먹고 일출을 보러 떠났다. 화이트 데저트에 주황색 보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해를 잡겠다고 손으로 오므리고 먹겠다고 입으로 가져간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하늘의 태양. 심장을 뜨겁게 데운다.
다시 도착한 베두인의 집. 베두인의 아침식사를 맛본다. 한결 익숙해진 마음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아쉬움을 남긴채 카이로로 떠난다.
1박 2일의 질주와 날 것 그대로의 밤과 아침의 장엄한 풍경. 잊지 못할 이집트의 사막, 다시 가고픈 사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