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 곁에 있던 책

by 서담

나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에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은 무슨 책을 통해 저런 생각과 신념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질문은 늘 흥미롭고도 매력적이다.


나의 인생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책’이라는 말보다는 ‘시절책’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 시절, 내 곁에 있었던 책.


인생책을 3권, 5권 꼽는 사람들이 참 신기했다. 이 세상엔 너무 많은 책이 있고, 세상도, 나도 끊임없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단 몇 권으로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책은 그 시절 내 마음을 뒤흔들 만큼 강렬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그렇지 않다. 또 어떤 책은, 한때는 이해되지 않다가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 깊이 와닿기도 했다.


책과 사람 사이에도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글은 그 시기가 아니면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시기적절한 책을 만났을 때의 그 희열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는 한동안 내가 꽤나 모범생스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시절책’을 찬찬히 떠올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읽고 나는 역사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교 시절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면서 일본어를 공부했고, 1년간 일본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 때의 나는 꽤 기특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앞으로 나와 함께할 시절책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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