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불행하고도 행복한 삶에 대하여

by 서담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읽었다. 소설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펼쳐 든 책인데, 덮고 나서 왜 제목이 ‘모순’인지를 곱씹게 되었다. 인간 존재를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주인공 안진진에게는 일란성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가 있다. 두 사람은 부모도 구별 못할 만큼 외모도 성격도 닮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삶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던 이모는 ‘무덤 속 같은 평온’ 때문에 서서히 죽어갔고, 모든 것을 다 잃은 것 같았던 어머니는 불가사의한 활력으로 살아갔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삶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님을 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안진진은 어머니의 삶을 ‘불행하고도 행복한 삶’이라 말한다. 나도 우리 엄마를 보며 그렇게 느낀 적이 있다. 행복이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행이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닐까. 작가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인지 모른다.


안진진은 결혼상대를 고르면서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안된다고. 누추한 나를 보여줄 수 없다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다’ 라고 이동진 평론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다들 마음 속에 누추한 나를 데리고 살고 있다 생각해 본다. 누추한 나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겨서 조금 그럴듯하게 그럭저럭 괜찮은 나로 꾸며서 데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가끔 누추한 내가 불쑥 튀어나올 때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가끔은 나조차도 견디기가 힘든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 지울 수 없다는 마음이 공감 됐다. 그렇지만 안진진도 결혼해서 살아보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우리는 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니까.


안진진의 아버지는 우리 아빠와 너무 닮았다. 우리 아빠도 안진진의 아버지처럼 진짜 인생은 자기 혼자 다 즐기고, 덤으로 얹혀질 인생의 시기에, 암에 걸리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가게일도 하고 아빠 병간호도 하면서 그 시간을 지나왔다. 시집 올 때 복사꽃 같았던 우리 엄마는 그렇게 삶의 모순을 견디고 또 견디며 살았다. 그러면서 ‘나는 행복합니다’하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안진진처럼 그렇게 나도 모순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생각한다. 그 안에서 때론 받아들이고, 때론 회피하며, 그렇게 삶을 살아낸다. 이 모순 속에서 나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마땅할까.


아마도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불편하게라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고,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실수하며 살아갈 것이다.

모순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받아들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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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한 지 2주차입니다. 매일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라이킷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계속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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