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리뷰
이 책은 유튜브에서 경제 관련 책 추천 영상을 보고 구매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어떤 분의 추천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찾아보니 김익한 교수님의 추천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경제 서적보다 눈길이 갔던 이유는 저자가 직접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한 실화를 바탕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간 거래 관행이 어떤 경제 상황을 낳는지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에 대해 까막눈인 입장에서 사례들이 많아야 더 이해하기 좋을 거라 판단했죠. 이를 통해 자본주의에 기반한 경제 활동이 국가, 기업,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제목 :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출판사 : 갤리온
지은이 : 코너 우드먼
옮긴이 : 홍선영
발행인 : 서영택
가격 : 14,000원
발행처 : (주)웅진씽크빅
표지
저자분이 잘생겼다. 사진은 웃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 내용을 읽고 보니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 맨 뒷장을 보면 웃는 모습과는 다르게 결단력 있고 강인해 보이는 인상도 놓칠 수 없다. 표지를 보면 필기체로 작성된 저자의 이름 옆에 기차도 눈에 띈다.
메시지
자본주의가 야기한 부작용을 알리는 책이다.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깊어가는 불평등, 파괴되는 환경 등을 겪으며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물건의 수요 공급 과정에 어떤 소중한 것들이 무너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우리는 그것들로 인해 편안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정작 그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 행위도 결국 기만적인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마주한 뒤, 소비자 개개인의 의식 변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부의 적극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나아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어떻게 가난한 이웃들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며, 우리의 윤리적 소비 행동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목차
프롤로그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가난해지는가
Part 1.
니카라과 : 바닷가재가 팔릴 때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Part 2.
영국 : 공정 무역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Part 3.
중국 : 그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라
Part 4.
라오스 : 모든 산에 고무나무를 심는 나라
Part 5.
콩고 민주 공화국 : 당신의 휴대폰에는 콩고의 눈물이 흐른다
Part 6.
아프가니스탄 : 무조건 금지하면 뭘 먹고살란 말입니까
Part 7.
탄자니아 : 최고의 품질은 공정한 거래에서 나온다
Part 8.
코트디부아르 : 성공하는 기업은 눈앞의 이익에 욕심내지 않는다
에필로그
건강한 자본주의 만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
본문 요약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가난해지는가?
저자는 카메룬에서 큰 충격을 받은 뒤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귀한 생선은 관광객들에게 팔면서, 정작 본인들은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입한 말린 생선을 먹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각종 마트에서 공정 거래 로고가 붙은 제품들이 어떻게 윤리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되는지가 궁금했다. 단순한 여행에 지나지 않을 뻔했던 여정은 이후 명확한 목적성을 갖게 되었고, 총알이 빗발치고 열악한 환경을 가진 나라를 여행하며 제품의 시발점이 되는 장소들로 향하게 되었다. 현재 2024년은 더욱 그렇지만, 저자가 해당 책을 쓸 때 당시에도 소비자들의 윤리 의식은 점점 성장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윤리 의식을 매개로 인증 로고 및 메시지는 그저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서 대형 사업이 변모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단순히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지 유통망을 역추적한 저자는 여러 공급망과 연계된 모든 작업을 보고 들으며 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니카라과
나라가 다양해서 4개의 나라만 꼽겠다.
첫 번째 에피소드라 그럴 수 있지만 이 나라의 바닷가재 이야기는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뇌리에 박혔다. 이곳에 사는 해안 마을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재를 잡아 팔기 위해 심해 다이빙을 한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안정장비도 없다. 그저 맨몸으로 들어간다. 겉으로 그들은 잘 다치지 않는 것 같지만, 몸은 점점 망가져만 간다. 그저 선원들보다 돈을 더 받기 때문에 다이버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 때로는 더 귀한 '흰 바닷가재'를 손에 넣을 일이 있다고 한다.
관련 기업들은 이러한 비윤리적인 공급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생산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기업들 역시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있으며 몇몇 문제는 나아지고 있지만, 그 외 많은 문제가 무시당한 채 그대로 남아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듯하다.
중국
사실상 해당 책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꼭 나쁜 뜻으로만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로 변해가고 있는 그들은 돈을 버는데 급급하다. 이 뒤에 나올 라오스와도 긴밀하게 엮여 있다.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은 나름의 삶을 영위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위협받는 문제도 발생한다. 고무나무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은 라오스나, 아프리카 연안의 현지 어부들의 어장을 잠식하는 등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일이 그러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폭스콘 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었다. 폭스콘은 세계적으론 내놓라 하는 전자제품의 생산기지이다.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 여러 브랜드 제품들을 생산한다. 하지만 자살 사건과 폭발 사고로 인해 각종 구설수에도 올랐던 여러모로 대단한 기업이다. 중국이 전 세계 주요 조립 거점인 만큼 노동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감을 잡기도 어려울 것이다. 당시에는 폭스콘의 공장 한 곳에만 40만 명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의 지방 인구수만큼이나 있는 것이다. 또한, 2010년, 전자 기기 수출량이 중국 전체 수출량의 4퍼센트를 웃돌았다고 하니 굉장한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겪은 여러 사건사고들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를 소홀히 하고 있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폭스콘 자살 사건에 대해서 임금 인상으로 일단락했으나, 효과는 일시적이며, 중국 경제 발전에 생긴 거대한 균열을 가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루 12시간, 일주일 7일씩 일을 하며 월급을 9만 원 남짓 받는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라오스
중국과 함께 고무나무 재배 사업을 전개하는 이곳은 라오스다.
처음 언급하는 보텐 지역은 수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숲을 농업 개발 목적으로 중국에 매각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라오스적인 것보다는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된 것들만으로 넘쳐났다. 라오스 인들은 그들을 반긴다. 돈을 벌어다주기 때문이다. 좋은 사업과 값산 오토바이로 라오스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호감도를 쌓기 위한 다양한 선물들도 해준다. 카리브해에는 크리켓 경기장을 짓고, 라틴 아메리카에는 축구 경기장을 세워준 것처럼 라오스에도 거대한 라오스 국립 경기장을 세워주었다. 그러나 고무나무 재배 자체는 지역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고, 라오스의 전통적인 삶을 깨부수는 행위였다. 개발이라는 목표 앞에 열대 우림은 그저 거치적 거리는 장애물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여러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자 라오스 정부는 '산림 재조성'이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정말 말도 안된다. 무려 1만 헥타르(축구장 면적의 1만 2000배)에 달하는 전체 농장을 말이다. 그렇게 고무로 만들어진 것들은 타이어, 운동화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라오스 정부는 중국 기업과 함께 빈곤 악화는 극복했으나, 환경파괴는 물론 라오스 토착민들을 *프롤레타리아 계층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이는 중국만 탓할 것이 아니며 앞서 말한 여러 선진국 주요 기업들도 공모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롤레타리아 - "자기 자신의 생산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서 살기 위해 부득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야 하는 현대 임금 노동자" 출처 : 위키피디아
코트디부아르
기억에 남는 게 바닷가재의 니카라과였다면, 가장 흥미롭게 읽은 나라는 코트디부아르였다.
이곳은 니카라과의 내전, 아프리카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아프가니스탄의 반란 집단의 폭력, 정치적 위기 등을 여러 국가의 문제를 집약한 나라였다.
이 나라에는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면화 산업이다. 면화를 기르기에 좋은 건조하고 무더운 기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반이 어려운 면화의 특성과 *조면기 이슈로 인해 여러모로 투자를 필요로 했다. 심지어 1년에 한 번만 재배가 가능하다.
앞서 말한 코트디부아르 내 조면기 이슈로 인해 세계 최대의 조면상이자 방적 업체인 올람은 이를 모두 사들였다. 면화뿐 아니라 초콜릿과 커피도 취급하는 이 업체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의 상장 업체이다. 심지어 영국 최대 의류 업체인 막스 앤 스팬서와 갭 등 유수의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때부터 '올람'의 기업 활동은 '줄리'와 '크리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라면 인사이트로 남을만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저자가 올람의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조면기 - 면화씨 제거기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
1.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2. 홍보를 목적으로 좋은 일을 하지 마라.
3. 채찍 - 대중을 속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4. 당근 - 선행은 언제나 보상을 받는다.
5. 밑바닥부터 시작해 땀 흘려 노력하라.
6. 중국을 경계하라.
7.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8.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총평
총평을 말하기에 앞서, 글을 쓰는 중에 일어난 상황을 말하겠다. 이 책을 주문한 지 1년 가까이 되긴 하는데, 당시, 잘 안 읽혀서 한동안 안 읽고 있었다. 다른 책들을 읽으며 속독력을 기르다가 까먹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러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문제점을 발견했다. 쪽수가 190쪽이었다가 250쪽이었다가 내용이 일부 유실된 상태에 제본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이다. 바로 온라인 중고서점에 연락을 줬더니 반품을 해주겠다고 했다. 필기는 필기대로 하고 이 책을 다시 사야 하는 상황이다. (난 한 번만 읽고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죄송해서 전화를 해서 필기도 했는데 반품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쿨하게 된다고 했다. 그나저나 반품하고 새로 사려니 배송비 때문에 다른 책이랑 같이 구매해야 할지... 후일에 읽고 싶은 책 생기면 같이 구매할지... 꽤나 고민이다. 사실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글로 정리하다 보니 훨씬 재밌었던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가 어느 정도 된 상태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래서 머리 나쁜 나로서는 두 번 세 번 읽어야 하나보다.
오늘날에는 이 책이 쓰일 당시보다는 그래도 훨씬 나은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집에서 키보드만 두들기고 있는 나로서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에 섣불리 생각하는 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ESG를 필두로 돌아가는 정치, 경제 및 산업들의 현황들을 지켜보면 대기업들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항상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고, 지켜보고 행동하며 소비를 실천해야 한다.
기업의 윤리적 경영이나 소비자들의 윤리적 관심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 가능한 과제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를 올려본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장바구니에 넣는 윤리적 상품의 비율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 윤리적 계획에 착수하거나 새로운 윤리적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고 할 때 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우리 모두 의사 결정을 통해 기업을 조종해, 기업의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결국 책임은 우리 모두가 져야 한다.」
책을 기사분에게 전달하기 위해 포장하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