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화 리뷰
막을 내린 흑백요리사, 11-12화 리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세계 최고로 유명한 요리사로 시작했던 에드워드 리가 내 최애 요리사로 등극한 이피소드들이었다.
1. 디저트 뒤에 메인요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인요리를 이제야 배치하는 것만 같았다.
이게 과연 좋은 말일까? 그렇지 않다. 디쉬의 마지막을 디저트로 장식하듯 끝이 매끄럽고 깔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개인적으로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고, 생각만큼 재밌게 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이전에 연속된 팀전으로 맥이 끊긴 것도 있으며, 추가적으로 추방이라는 룰 때문에 이미 뒤통수를 세게 맞은 그 거북함이 아직 내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이미 1주일이 지났으니, 최대한 잊고 재밌게 보는 것이 흑백요리사의 팬으로서 고집을 부려선 안 되는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사실 좀 영화 보듯 집중해서 봤던 이전과는 달리 비교적 띄엄띄엄 봤던 것 같다. 두부 미션에 콘텐츠적으로 힘을 잔뜩 준 느낌이 있는데, 워낙 중간에 디저트 같은 미션들이 많았다 보니, 뭔가 좀 아쉽긴 했다. 게다가 파이널이 긴장감이 약하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재밌게 봐야 할지도 몰랐다. (이유는 아래에 있다.)
2. 기자 간담회
이건 그냥 12화까지 다 보고 봐야 하는 유튜브 콘텐츠 같았다.
8인의 진출자들이 유튜브에서 제작진들과 나와서 기자 간담회하는 영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때 인터뷰에서 '나폴리 맛피아'가 백수저로 시즌2를 나가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뭔가 좀 김이 샜다. 그러니까 이건 개인적인 재미의 반감을 돕는(?) 장면이었다. 분명 뭐 어찌 보면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충분히 유추가 되는 멘트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백수저 흑수저 나뉜 기준을 보면 연식이 오래된 레전드 셰프라거나, 본인의 식당으로 이름을 날렸거나, 미슐랭 셰프 거나, *요리대회 우승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에서도 우승해 본 적 없는 나폴리 맛피아가 이제야 얻은 유명세로 갑자기 백수저로 출연하기에는 뭔가 좀 심심한데, 시즌2에서 백수저를 노린다는 건 우승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3. 파이널
두부 얘기를 하기에 앞서, 파이널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두부 미션이 훨씬 재밌었기 때문이다.
파이널은 앞전에 말했다시피, 김이 좀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부 미션이 더 난이도 높아 보였고, 한 명씩 탈락하고 생존할 때마다, 미리 보는 파이널마냥 내게 긴장감을 안겼다. 관전포인트는 참관을 한 백수저와 흑수저였다. 진심으로 본인의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그 조직의 화합을 엿보게 만들었다. 근데 흑수저들도 알게 모르게 에드워드 리 셰프를 응원하는 것 같았던 건 나만 그랬는진 모르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들이 그랬다. 아마 에드워드 리에 대한 존경심에서 묻어 나온 것 같기도 하고, 흑수저는 백수저만큼 모임을 가지는 일이 최소한 SNS에서는 보인 적 없는 걸 보면, 생각만큼 끈끈한 것 같진 않았다. 물론 내 생각이다.
본격적인 파이널 음식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우선 이균 셰프(에드워드 리)의 도전정신이 엿보였다. 다만, 결승전에서 왜 처음부터 디저트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차라리 맛피아의 메인요리를 먼저 맛보게 하고, 그다음 디저트가 들어갔다면 그나마 좀 더 좋은 평가 요소로 작용했을 것 같은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아마 떡볶이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을까 봐 그러셨던 것 같은데, 심사위원들이 떡볶이를 가를 때 보니 이미 좀 살짝 더 녹아있었던 걸 보면 그러실만하다. 금방 냉각시켜 주는 기계 성능이 이균 셰프의 생각보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색다른 요리를 통해 그저 세계에 한국음식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던 이균 셰프의 창의적인 발상이 우승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앞서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마 이게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게다가 본인의 스토리도 충분했고 말이다.
나폴리 맛피아의 양고기 같은 경우는 확실했다. 메인 요리, 우승을 위한 음식,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음식이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스토리도 물론 좋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균 셰프 쪽이 좋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균 셰프는 고기가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많이 묻어나있는데, 결승전 음식으로 '고기 요리'를 예상한 나폴리 맛피아가 고기로 도전장을 내밀고 싶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건 승리 욕구보다는 경쟁의식과 승부욕의 발현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하다. 하지만 결국, 나폴리 맛피아가 우승했다.
4. 왜 두부일까?
사실 중식, 양식, 일식 등 여러 분야의 셰프들이 있는 이 자리에 두부가 등장하면 아시아 음식에 일가견 있는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공평한 재료를 통해 각자의 기량을 선보여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데 굳이 왜 저 어려운 걸 도전과제로 고른 제작진들에게 악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성재 셰프가 말했다시피 사실상 이미 완성된 재료다 보니 거기서 다시 한번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건 아무리 뛰어난 셰프들이라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 멋대로 해석해 보건대, '두부'는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 먹는가 하면, 이제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고 깨끗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어둠'에 비유한다면, 두부의 흰색이 '빛'을 상징하여, 밝은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봤을 때, 왜 굳이 두부일까 생각해보니 이런 해석이 내 뇌리를 스쳤다. '침체되어 어두웠던 외식업계의 과거를 청산하고 두부를 통해서 밝은 미래를 써내려가자'는 의미로 말이다.
동시에, 흑수저들이 백수저들로 발돋움하자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두부(교도소 출소 후)의 역할 : 이외에도 영양 섭취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또한, 두부 미션의 30분 제한 시간은 외식업계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끊임없는 창의성과 시간의 압박 속에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셰프들의 모습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업계의 축소판이다. 음식 준비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은 실제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는 외식업계의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그 이면의 치열한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게다가, 여느 미션과는 달리 더욱 열정으로 가득 찬 7명의 경쟁은 정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특히, 그들의 개성과 철학을 반영하는 음식들은 아마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트리플 스타의 젊은 음식, 이모카세의 어머니 같은 음식, 요리돌아이의 결기 있는 음식, 장호준 셰프의 세련된 음식, 최현석 셰프의 혁신적인 음식, 에드워드 리 셰프의 신선한 음식, 정지선 셰프의 정통성이 보이는 음식들 모두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풍부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두부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시차적응이나 나이로 인해 체력적으로 그 힘든 와중에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에드워드 리의 모습이었다. 진짜 멋있었다
5. 마무리
흑백요리사는 내 나름대로 해석해 봤을 때 단순한 경연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천하제일(?) 요리 대회를 넘어서, 한국음식의 글로벌화를 위한 플랫폼이자 궁극적으로 외식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야심 찬 기획이었다. 100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셰프들의 참여는 프로그램의 심오함과 다양성을 더했으며, 그들의 열정과 헌신 역시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이었다. 물론 2명의 심사위원도 포함해서이다. 사실 여러모로 도전적이면서 창의적인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중반을 넘어서서는 비판과 비난이 있었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더불어, 전국에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영감과 동기는 물론 그들의 열정을 재점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추후 흑백요리사 관련한 글을 하나 더 적으면서 다시 한번 마무리하겠지만, 정말 간만에 재밌게 본 프로그램이었다. "흑백요리사"는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는 향후 방송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콘텐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플랫폼을 통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는 방송이 사회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AI 및 넷플릭스 캡처(이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