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를 보며
티메프 사태가 대표의 배임을 넘어 임직원들의 배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판매 대금 미정산’ 직전 역마진 할인 행사를 한 것과 관련, 자금 상황을 알았음에도 강행했다면 배임의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것은 Invest in values -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핵심가치이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은 value investing을 내세우는 학교이고 내가 investment management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리엔테이션 때 다룬 핵심가치였다. 만약 회사에서 너의 일을 하다가 integrity가 위협받는 일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래, 상사는 지시하고, 상사의 상사에게 갔는데도 본인이 책임질 테니 그냥 하라고 하는데…
직무 윤리가 머릿속에 깊게 박힌 것은 그때였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어떤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고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는지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결론은 나의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따라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며,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서 빨리 회사를 떠나라는 것. 엔론 사태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례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종사하는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어렵고, 자금운용은 고도로 전문화된 직업인 데다가, 투자하는 자산을 속속들이 알고 매사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무이기에, 더더욱 intergrity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모든 직업에서 이 원칙은 절대 타협되어서는 안된다. 본인이 책임질 테니 해라라는 상사의 말은 사실 전혀 멋진 말이 아니다. 각자가 예민한 판단력을 가지고 팀과 회사의 성과를 위해 그러나 리스크 관리를 위해, 판단할 줄 알고 문제제기 할 줄 알고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운용역으로 오래 일하면서, dare to make conflicts를 핵심가치로 하는 토스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이 원칙을 강화시켜 나간 것은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