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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y 12. 2023

자유라고 말해

BORG는 왜 문제가 된 걸까?

 자유는 참 어렵다.


 수십 년 아니 그 이전부터도 청소년들은 문제라고 불렸다. 


 경험상 하지 말라는 일들을 했고, 법률이 생겨서 그것을 막더라도 완전하지 않았다. 어른들의 강력한 제재가 안 먹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어른들도 아무리 법이 있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냥 지킬 거였다면 법 자체가 필요 없었겠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에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은 있었다. 


 불량청소년이라는 이제는 낯선 말을 그때는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이 그때보다 더 질이 안 좋다고? 아니다. 그때도 충분히 나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 범죄들의 많은 부분은 그때도 일어났다. 지금처럼 기록이 활발히 남지 않아서 그럴 뿐이다. 조금이라도 바뀐 부분이 있다면 성매매 정도일까?




 시대는 더 많은 자유를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요새 유행인 동시에 문제가 되는 술이 있다. 일명 BORG라는 것이다.

제품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직접 제조해서 먹는 술이다. 


 우리가 수많은 영화를 보다 나오는 미국의 파티 문화는 빨간 솔로 컵에 정글 주스를 받아서 마시고 다니는 문화였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문제가 많았다. 




 Black Out Rage Gallon


 직역을 하면 '정신을 잃는 미쳐 날뛰는 1갤런(4리터)' 정도가 된다.


 제조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1갤런 병에 자신이 마시고 싶은 것을 담아서 자신의 이름이나 시그니쳐를 써서 들고 파티에 참석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 1갤런을 밤새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거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논 알코올 BORG를 만드는 방법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 이전의 다른 술들처럼 너무 독한 술을 누가 억지로 먹이는 것도 아니다. 주량에 맞게 알코올 비율을 조정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주량만큼만 마시면서 돌아다닐 수도 있다.


 Spiked drink, 그러니까 약을 탄 술을 먹게 될 가능성도 적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덜 하지만 외국에서는 술을 마셔본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약을 탄 술을 (본인이 타지 않은) 먹어봤고 그중 20퍼센트 정도는 그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Spiked drink 피해자가 여성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하겠지만 실제로는 남녀가 4:6 수준으로 생각만큼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누구나 약을 탄 술에 노출될 수 있지만 자신이 제조해서 들고 간 술을 계속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면 그럴 일은 없다. 약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미국의 대학교에서 BORG 챌린지를 하다가 거의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한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BORG인데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술을 마시는 사람치고 블랙아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가끔 자신은 술을 아무리 먹어도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둘 중 하나였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아니면 본인이 블랙아웃 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요새 직장인의 회식문화에 대해서 강제로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싫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제로 마시는 술이 싫다는 것이지 그들이 술을 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본인이 원하면 마시다가 꽐라가 되고 블랙아웃 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원하면 말이다.




 BORG는 본인의 선택이다. 


 누군가 만들어주는 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본인 병이라서 누가 그걸 입에 들이부어주는 상황도 벌어지기 힘들다. 


 인간의 자유와 본인의 의지가 과연 그렇게 확고하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우리는 맛있는 것보다 건강한 것을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치킨의 유혹을 피하기는 너무도 힘들다.


 누군가가 내 입에 꼭 치킨을 집어넣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맛있다고 느낀다면 참을 수 없다.


 술이 맛있다면 어떨까? BORG의 제조법은 맛과 향을 좋게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를 사용한다. 물, 전해질, 향과 색소 등 어떻게 보면 칵테일과도 같은 제조법이다. 내가 먹으려고 만드는데 맛없게 만드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맛이 있다는 건 보통 몸에 안 좋은 경우가 많다.


 BORG의 일반적인 합성방법에는 보드카 한 병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고 카페인 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건 건강에는 아주 좋지 않은 조합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조합하는 이유는? 당연히 맛에 있어서는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 대해서 법이 보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숙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지는 것보다 사회가 나눠서 지고, 대신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제어를 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어하게 되는 행동은 그들 본인의 책임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학생의 자유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다. 체벌은 정말로 거의 없어졌고, 학생들에게 자유가 부여된 것을 넘어서 교권 침해도 종종 이야기되는 시대다.










 자유가 늘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책임도 더 이상 사회가 같이 짊어지지 않는 사회라는 뜻이다.


 학교폭력이 성인이 되어 드러나는 경우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그 시절에 교권이나 다른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자유에 맡긴 결과는 생각만큼 깔끔하지 않다.


 결국 그렇게 자란 개인들은 개인의 자유로 '투기'를 하면서 '투자'라고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실패의 책임을 자꾸 사회에 전가하려고 한다. 그 자유로 누린 이득은 본인들이 가져갈 생각이 아니었나? 사회 환원이라도 할 생각이었을까?


 자유는 하나의 힘이다. 그리고 강력한 힘에는 강력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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