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인 Dec 12. 2023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아니. 호기심은 집을 창고로 만든다.

몇 번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꽤나 오랜 기간 '알리 익스프레스'를 사용해 왔다.


지금이야 알리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해외직구가 흔하지 않던 시절, 그리고 알리 익스프레스가 악명(?)을 떨치던 시절에는 알리 익스프레스를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국내 유명배우가 메인에서 광고 모델을 할 정도로 이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버린 알리 익스프레스를 보면서 수많은 알리 구매의 경험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결코 좋지만은 않았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에 쉽게 반응한다. 내가 처음 접한 알리 익스프레스는 그런 거였다.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배송비를 포함해서 물건을 판다고? 물론 물건이 내 손에 도착하는 데는 1달은 기본이고 심하면 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알리의 유혹에 응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어폰이었다. 




당시 가성비 이어폰으로 유명했던 LG의 쿼드비트가 있었지만 그 조차도 가격은 몇 만 원을 호가했다.


그런데 적어도 설명만으로는 꽤나 괜찮아 보이는 이어폰들이 알리에서는 배송 포함해서 5천 원에서 1만 원 남짓한 돈에 팔리고 있었다. 과연 괜찮을까?


사실 그 이전에 내가 알리에서 사던 물품은 진짜로 2000원에서 3000원 정도 하는 액세서리에 가까운 물품들이었고, 혹시 안 오면 커피 사 먹은 셈 치겠다 생각하며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QKZ나 KZ 같은 브랜드에서 내놓은 저렴한 이어폰의 음질은 (당연히 가격에 비해서) 꽤나 괜찮았다. 당연히 그 시절에도 더 비싼 브랜드의 더 비싸고 좋은 이어폰들이야 있었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꽤나 준수한 음질을 들려주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몇 제품은 완전히 꽝이었지만.




그런 성공의 경험에 힘입어 조금씩 다른 물품을 알리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마 피크에 달했을 때는 사무실을 꾸미면서 사무실 방음 자제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물품을 알리로 샀을 때였을 것 같다. 일부의 물건은 정말 좋았고, 국내에서는 아예 판매가 안되고 있던 제품들이었다. 일부 방음자제는 국내에서 파는 것의 절반 가격 정도에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역시나 일부의 물품은 사기였고, 진짜 헛돈을 쓴 것도 꽤 있었다. 


대표적으로 빔프로젝트가 그랬다. 빔프로젝트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알리로 빔프로젝트를 4개 정도 샀었고... 그중에 하나만 그나마 성공적이었고 나머지는 싹 다 실패였다.


지금의 가성비 제품들이 넘치는 알리를 생각하면 내가 멍청하게 산 게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시절은 전혀 달랐다.  5일 배송, 7일 배송이라니... 그런 건 생각할 수도 없던 시절 이야기다.


겉보기에 멀쩡한 무선 헤드폰을 샀지만 음질이 엉망이거나 블루투스 연결이 뚝뚝 끊기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는 과충전 보호가 안 되어 있어서 충전을 걸었다가 폭발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알리를 끊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전에 트렌드를 보여주는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성공하면 알리 어답터요 실패하면 바보 인증이었다. 그래서 신기한 물건이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실패 확률이 크기 때문에 비싼 물건은 절대 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천 원 마트'가 있는 알리 답게 그 당시에도 몇백 원짜리 물건부터 5천 원 이하로 도매급 물건들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LED 전구 같은 경우에는 국내의 가격이 거의 3-4배 정도였으니 당연히 알리로 사고 싶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몇 달씩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오래 걸리는 것들도 2달을 거의 넘지 않는다.

광군제에 블랙프라이데이기간이라도 다가오면 유튜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알리의 할인 물품 홍보를 한다.


또 정말 가성비가 넘치는 신기한 제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필요한 물건들을 살 때도 많지만, 필요 없는 저렴한 물건을 살 때도 많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는 게 아니라 내 집을 창고로 만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의 없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