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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설 Mar 15. 2024

우울에‘만’ 찌든 그런 글 말고요..

유쾌하고, 자유로운 글을 쓰기 위해

이만큼의 우울을 겪기 전 나는 꽤 웃기고, 자유로운 영혼의 한 사람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머쓱하지만 친구들은 내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까르르까르르 하며 여기서 빵, 저기서 빵 하고 터지곤 했다. 나는 잘 웃기고, 또 잘 웃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웃어 본 지가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몇 년째 우울한 만큼 내 웃음도 사라졌다. 우울증 환자는 웃지 말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나는 웃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무미건조해졌고, 표정은 점점 바싹 메말라갔다. (그 덕분에 가짜웃음의 스킬은 늘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유쾌하던 성격마저 어딘가로 사라졌다.


요즘 브런치에 올라오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자주 읽는다. 나만큼이나 혹은 나보다도 더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 쓰인 글인데도 왠지 모르게 유쾌하고 나까지 힘이 나는 글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내 글은 어둡다. 때문에 깊은 감정의 골에 빠져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는 피로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서 생각이 많아졌다.


블로그에도 글을 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좀 더 편하게 생각나는 대로. 물론 우울한 감정도 쏟아낸다. 깨알같이 모아 온 적재적소에 들어갈 짤들을 소중하게 하나씩 꺼내놓으며 이보다는 자유롭게 글을 쓴다. 그런데 이상하게 브런치에만 오면 평소보다도 글이 좀 더 무거워지고, 어둡고, 딱딱해진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주는 긴장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잘 써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브런치 1년 차. 이제는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고 더 다양한 글을 쓰고 싶다. 물론 나에게 글쓰기는 아직도 감정을 토해내는 것과 같아서 늘 우울하고, 힘들고, 아플 때 더욱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울한 감정뿐만이 아니라 잊고 있던 다른 감정들도 찾아보려 애써야겠다. 예를 들면 선선한 바람과 따뜻해진 날씨를 느껴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더 걷다가 들어간 뿌듯한 날. 그런 날도 글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별것 아닌 이 에피소드가 내게 특별한 이유는 주치의선생님과의 걷기 약속을 매번 안 지키기 때문이다.)


내가 쓴 여러 글 중에 몇 가지는 너무나 어두운 데다 감정만 남아있고, 우울하기만 해서 오히려 엉망인 듯싶어 삭제해버리고 싶지만 놔두기로 마음먹었다. 이때의 나도 나고, 그때의 나도 나니까. 그냥 별거 없다. 우울에‘만’ 찌든 그런 글 말고, 시시콜콜 일어나는 내 인생의 별의별 에피소드를 이곳에 차곡차곡 쌓고 싶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내 삶도 유쾌해지고, 다시 자유로움으로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 그것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은 것. 이것이 내가 브런치에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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