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택을 위한 방황과 고민
진로를 선택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가치관을 갖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때로는 둘 다 아니라 ‘해야 되는 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도 저마다 다르다. 20대 초반일 수도 있고, 20대 후반일 수도 있다. 때로는 30대 초반과 후반까지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 생계는 어떻게 유지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불안정하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한두 번은 경험하는 그 시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만으로 스물아홉 살 청년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전자책 제작 업무를 하고 있어요. 지금 쉬면서 할 일을 찾다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 전자책 만드는 일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A : 처음 시작한 건 4-5년 전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조금씩 했어요. 일이 있으면 시간 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것과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요.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받으면서 하고 있어요.
Q : 다른 일도 같이 하고 계신가요?
A : 그 전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했어요. 고양시 쪽에 물류센터 큰 곳들이 있거든요. 가끔 셔틀이 지나가는데, 거기에 ‘지금 입사 신청 시 100만 원 인센티브 지급’이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카드 값도 쌓여서 저걸 해야 되나 싶었어요.
Q : 얼마나 하신 거예요?
A :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했어요. 야간 파트였고, 저녁 6시에 출근해서 새벽 4시에 끝나는 일과였어요. 하루에 5일에서 6일 정도 했고요. 추석 같은 공휴일에도 나가서 했어요. 그때는 추가 수당을 주거든요. 연휴 때 갈 데 없으면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Q : 하는 일은 어떤 일이었나요?
A : 포장 파트에 속해있었어요. 직접 포장하기도 하고 포장을 지원해주기도 했어요. 대체로 포장지원 업무는 건장한 남성분들이 했는데요. 물건을 큰 박스에 싣고 오면 그걸 포장하는 사람한테 가져다주는 일이에요. 큰 물건 같은 경우는 레일에 안 담기거든요. 그런 물건들을 팔레트에 실어서 가져다주는 거예요.
Q : 일을 그만두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 첫 달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계약기간이 3개월씩 짜여있더라고요. 일단 제 생활이 너무 없어졌고요. 돈은 안 돼도 집에서 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돈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조금 더 주기는 하지만 제 생활이 없는 점, 무지하게 몸이 힘들다는 것, 주말에는 무조건 쉬어야 하는 점이 저하고 안 맞았어요.
Q :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일과가 궁금해요.
A : 출근 시간이 저녁 6시인데, 30분 전에는 가야 해요. 그래서 오후 5시쯤 집에서 나오고요. 셔틀을 타는 사람들은 오후 4시에는 나와야 해요. 그리고 일이 끝나면 새벽 4시인데요. 집까지는 택시 타고 왔어요. 집에 빨리 가서 빨리 쉬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오후 2시가 되고요. 씻고, 쉬고 하면 조금 뒤에 출근을 해야 되니까 다시 반복되더라고요.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고요.
Q : 어디에 속해있지 않으면 불안정할 것 같아요.
A : 맞아요. 힘들죠. 소득이 정기적이지 않으니까 쪼들리고, 카드 값 나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고 그랬어요. 보통 제 나이 대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회사 다니고, 자영업도 하면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는 되게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지금은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어디에 묶여있고 싶지가 않았어요.
Q :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불안하지는 않나요?
A : 불안함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사실을 몰랐어요.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까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더라고요. 약 처방을 받으니까 내가 힘들었던 문제들이 그때가 되어서야 보이더라고요. 제가 진로를 고민할 때 부모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구나 느꼈어요.
Q : 눈치를 봤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A : 부모님이 하고 있는 일의 영역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어릴 때 출장도 많고, 현장에도 가보고 했거든요. 자기 생활이 너무 없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에 같은 영역의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비슷한 영역에서 일을 했었거든요. 그때 너무 재미있었죠. 부모님이 제가 하는 일을 평가할 수 있는 일은 피하고 싶었는데,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Q : 부모님과 겹쳤던 그 일은 무엇인가요?
A : 공연, 방송 관련 일이에요. 전역하고 할 일도 없어서 용돈도 벌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문화 복지 사업 같은 거였는데, 공연장이나 영화관이 없는 그런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여는 일이었어요. 공연할 수 있게 하고, 국무용이나 판소리, 비트박스, 다양한 공연들을 했었어요.
Q :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나요?
A : 일단 이전에 해왔던 미술 쪽 공부를 계속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니면 그런 것들은 취미로 하고 일을 할까 고민하기도 하고요. 세무 관련 자격증을 준비할까도 고민하고 있고요. 주위에 있는 친구들 보면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결국 시험을 보려고 퇴사하더라고요.
Q :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하신 것이 있을까요?
A : 일에 매몰되지 않는 삶이요. 제 인생이 일 중심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업장이나 회사가 있으면 제가 그 장소에 묶이게 되잖아요. 사무실이 없어도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여행지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일이요.
Q : 일이나 직업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A :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내 삶을 내가 책임지는 발걸음 같은 거요. 어릴 때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은 그렇게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건 실존의 문제잖아요.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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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