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현재와 막막한 미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일자리, 청년 노동의 문제를 말하면 훨씬 더 열악해졌고, 문제점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청년에게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가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하기도 한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 때문일까? 아니다. 코로나19 전부터 그 청년의 일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청년이 현재에 최선을 다 하는 이유는 나아가고 싶은 진로가 생겼기 때문다. 배우고 싶은 공부를 찾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녹록지 않은 현장의 노동에서 긍정적 마음을 갖고 있는 이야기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습니다. 배송 보조 아르바이트와 배달 라이더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Q :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A : 배송 보조라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배송기사님이 혼자서 물건을 다 옮기거나 납품하기 어렵다 보니까 같이 물건을 옮겨주고 보조하는 역할이에요. 납품하는 물건이 호텔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이다 보니까 육류나 수산과 같이 무거운 물건이 많아요. 그래서 보통 힘을 쓰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배송 보조 일이 끝나면 3-4시간 쉬었다가 배달 어플을 통해서 자전거를 타면서 배달을 하고 있어요.
Q : 배송 보조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 5시간 정도 일을 하는데요. 아침 6시에 집에서 출발해요. 그리고 7시부터 일을 하고 2시에 끝나요. 근무지에 도착하면 1시간 정도 차에 짐을 옮겨 담아요. 그리고 납품하는 곳에 가서 짐을 꺼내고 옮겨주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다시 반복해요. 그리고 마지막 납품을 마치고 퇴근하죠. 일산에 납품하는 매장이 있으면 거기를 다 돌아다니고, 그 근처에서 퇴근해요. 퇴근하는 장소가 매번 달라지죠.
Q : 물품들을 계속 나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 무게는 한 박스에 평균 15kg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한 100개 박스 정도 납품해요. 호텔에 납품하다 보니까 대량으로 주문하더라고요. 코로나 전에는 이것보다 더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Q : 배송 보조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 일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취업이 잘 안 됐어요. 코로나라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솔직히 취업이 쉽지 않았거든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왔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다 보니까 취업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고졸이다 보니까 기술도 없어서 더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시작하게 됐어요.
Q : 배달하는 일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A : 배달하는 일은 시간 싸움이에요. 저는 자전거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곧 돈이더라고요. 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배달하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배달 개수에 따라 가져 갈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니까 급하게 할 때도 있고요. 또 급하게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서 그게 좀 위험하더라고요.
Q :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으세요?
A : 제가 대학교 진학할 때 즘에 가세가 많이 기울었어요. 형편이 어려워져서 대학교를 다니기가 힘든 상황이 됐어요. 등록은 해뒀는데 자퇴를 해야겠다 싶어서 결국 자퇴를 하게 됐어요. 필요하다면 다시 대학교를 가서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Q : 지금 하시는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조선소에서 일한 적도 있고요. 그때는 일급이 거의 13만 원이었어요. 그래서 월급을 꽤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정규직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조선업 위기가 있을 때 매출이 안 나와서 인원을 감축하더라고요. 그때 사실상 해고를 당한 거죠. 퇴사할 때는 몰랐는데 한참 뒤에 들었는데, 퇴사할 사람들을 랜덤으로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직책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해고할 수가 없으니까 젊은 사람이나 책임질 게 적은 사람들을 잘랐던 것 같아요.
Q : 이후에도 구직 활동을 계속하셨던 건가요?
A : 계속 알아봤었죠. 계속 알아보고 이력서 넣고, 벼룩시장 이런 거 보면서 쭉 구직활동을 했어요. 제가 과거에는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현장에서 몸을 쓰면서 일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그런 일자리를 많이 찾았어요. 사무직이나 다른 일자리는 실수도 많이 할 것 같아서 꺼려지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해보지도 않고 생각만 했구나 싶어요.
Q : 부당한 대우나 갈등을 경험하신 적은 있으세요?
A : 아무래도 물류 쪽에 있다 보면 사람을 약간 소모품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요.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 보니까 직원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서로 많이 예민해져 있기도 하고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코로나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심해진 것 같아요.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 너 그만둬도 다른 사람 구하면 되니까’ 이런 마인드가 좀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복지 이런 거는 상상도 못 하죠.
Q : 어떤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셨어요?
A : 물류센터 일이라는 게 속도가 생명이잖아요. 옆에서 천천히 일하고 있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일하는 곳에서도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니까 금방 퇴사하고, 다음 날 새로운 사람이 와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처음 하는 일이라 낯설고 잘 모르는 일이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참고 소리를 지르고, 뭐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 거죠.
Q : 물류센터에서 일하면 절반은 병원비로 나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A : 맞아요. 저도 허리가 안 좋은데요. 아픈데 참고 일하다가 탈이 났어요.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되나 싶을 때도 있고요. 억울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진료도 받고 도수 치료도 받고 했는데, 비용이 장난 아니었죠. 한 번은 허리가 심각하게 안 좋아져서 일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내가 몸 쓰는 일을 계속하고 살았는데, 몸까지 다치니까 앞으로 뭘 어떻게 살아야 할지 희망이 없더라고요. 참담해지고 그랬죠.
Q : 다치셨으면 소득에 공백이 생겼을 것 같은데, 그때는 어떻게 생활하셨어요?
A : 그때 회사에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허리가 너무 안 좋아서 한두 달 쉬어야 될 것 같다고요. 그런데 산재처리가 애매하더라고요. 일상생활에서 다친 것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솔직히 소득이 없었어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지냈죠.
Q : 그때는 기분이 많이 안 좋으셨을 것 같아요.
A : 솔직히 현재 사회가 지금 청년들한테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솔직히 좀 웃으면서 살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일을 하는 건데, 사회가 너무 행복이랑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앞으로 상황이 좋아져서 모두 다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Q : 일자리나 노동의 의미가 있으실까요?
A : 노동이나 일자리는 경제적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제적인 요소는 수단인데, 요새 사회에서는 너무 돈이 우선으로 두고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노동도 제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필요한 만큼 노동하고 나머지는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게 행복한 것 아닐까 생각해요.
Q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세요?
A : 제가 고졸이니까 다른 일을 해보려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마케팅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자료도 찾아보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 불안정하긴 해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미래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옳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