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 공론장 : 노동 '청년 노동자가 안정적인 내일을 꿈꾸려면'
전국 40여 개 청년단체가 모여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는 더는 청년의 목소리가 잘못 대변되지 않도록, 추상적인 청년 보편의 요구가 아닌 소외되고 배제되어온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5일,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첫 단추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5년 뒤 더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대선에 담길 수 있도록 △노동 △주거 △지역 격차 △젠더 △기후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날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요구를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청년 당사자의 생생한 고민이, 부디 대선 후보가 그리는 ‘청년상’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주제는 “노동”입니다. 이번 글은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며 서울성북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김수연 님이 써주셨습니다.
나는 계약직 노동자다. 평소처럼 지내다가도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불안을 떨칠 수 없다. 며칠 전에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유 없는 불안인가 했는데, 세어보니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같은 계약직 청년은 불안을 주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내 처지와 더불어 최근 불평등에 관심이 커졌다.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은 돈이 결정한다. 돈의 차이가 생활의 차이와 불평등을 만든다. 여기에서 노동 시장의 계급화가 나타난다. 많은 구조적 문제가 있겠지만, 임금 격차는 분명히 불평등의 원인 중 하나다. 이것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임금 격차의 해소를 말하기 위해 노동을 주제로 말하는 테이블로 향했다.
노동 테이블에 앉은 다른 청년들도 대부분 계약직 노동자였다. 단기계약부터 무기 계약, 30년 장기 계약 등 다양한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계약 형태가 있다니, 놀라웠다. 계약 형태는 달랐지만 느끼는 것은 비슷했다. 계약 만료에서 오는 불안감과 정규직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불평등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과연 계약직 고용이 최선인 걸까요?”라고 테이블에 질문을 던졌다. 계약직 고용이 남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리자 입장에서는 계약직이 관리하기 쉬우니까.”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대한 대안을 누구도 깊게 고민하지 않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용 형태에 대해 문득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기적으로 쓰고 버리는 계약직 고용이 정말 최선일까? 기업은 정말 사정이 어려워서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일까? 분명 계약 형태의 고용은 노동자에게 지속가능한 일상을 보장하지 못한다. 노동자에게 이렇게나 불안을 안겨주는 계약 고용은 최소화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 및 규제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회사 사정에 맞게 고용 형태를 준수하는 고용주에게 상을 주던지, 사정이 넉넉해도 비정규직 고용을 남발하는 고용주에게 벌을 주든지 하는 것 말이다.
참여자 한 분이 정규직과 명절선물을 다르게 받았던 경험을 말했다. 나도 겪어 봤을 만큼 이런 경우는 많다. 차별금지법으로 신고하기도 참 애매한 사례다. 같은 지붕 아래 일하면서 같은 날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에 차이를 둔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다. 이런 대우는 사람에게 열등감이나 자괴감을 들게 한다. 고용 형태로 사람을 차별하는 회사에 애정이 남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일의 의욕 역시 떨어진다.
복지 차별에서 비롯되는 자존감 하락을 막기 위해 복지 차별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확실한 제재도 내려지면 좋을 것 같다. 성인의 행동인가 싶게 치사하고 유치하지만, 복지 차별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당하는 노동자에게나, 회사에나 이득이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고용 형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노동 현장이다. 모든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정규직보다 더 나은 보상 및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 대우는 정규직보다 낮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상 강화가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대우가 정규직보다 나아진다면, 비록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더라도 계약만료 이후의 생활에 조금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고용이 사업주에게 부담스러워야 정규직 고용을 고려해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고용 형태의 확산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 국가는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도록 힘써야 한다. 개인의 시선이야 본인이 애써 긍정적으로 마음먹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사회적 시선은 실질적, 법적 변화 없이는 저절로 개선되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기 좋은 방법 또한 비정규직의 대우를 높여주는 것이다. 복지체계는 정규직과 동등하게 하고, 임금은 근로기간이 불안정한 만큼 정규직보다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를 만들어서 계약직 노동자의 불안감과 불평등감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다. 각자가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노동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청년 노동자는 비슷한 고민 위에 불안한 일상을 살고 있다. 우리가 나누었던 비정규직 이야기와 함께 불평등과 관련한 질문을 후보들에게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요즘 청년은 무기력하다 합니다. 미래에 대한 답이 없어서, 답을 몰라서 라고들 하지만 사실 내일이라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변화할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불 여지가 없이 고여있고, 물꼬가 트일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득 격차에 따른 불평등감은 계속해서 심화되겠죠. 당장 한 달 생활도 빠듯한데, 노후 생활도 각자도생으로 걱정해야 합니다. 돈을 벌어도 일상이 여유롭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고 남을 돌볼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유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베버리지가 말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5대 악인 결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향한 개혁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실 것인지 후보님께 묻고 싶습니다.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고, 개혁적인 시도를 하는 후보님께 저는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꼭 저와 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