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 공론장 : 주거
전국 40여 개 청년단체가 모여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는 더는 청년의 목소리가 잘못 대변되지 않도록, 추상적인 청년 보편의 요구가 아닌 소외되고 배제되어온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5일,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첫 단추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5년 뒤 더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대선에 담길 수 있도록 △노동 △주거 △지역 격차 △젠더 △기후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날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2022대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요구를 후보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청년 당사자의 생생한 고민이, 부디 대선 후보가 그리는 ‘청년상’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 주제는 “주거”입니다. 이번 글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깝기를 바라는 청년, 이혜민님이 써주셨습니다.
겨울의 초입,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된 첫 단추 공론장에 참여하고, 이 시대 청년들의 진짜 불안과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알려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체로 청년 정책이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형태로 이루어져 온 역사가 길어서,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청년 자신들로서도 힘든 일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는 것조차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니까요. 청년들은 실제로 사회가 자신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고, 내가 해봤자 무엇이 바뀌겠느냐고 체념하곤 합니다. 하지만 첫 단추 공론장은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대통령 후보에게로 전해지고 사회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청년 모두에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열쇠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주변을 둘러보니,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와 주말 낮 시간대라는 약점이 있었음에도 자리는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죠. 저는 원래 하던 활동과 아주 큰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면서도, 다른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욕심에 주거 테이블을 선택했습니다. 주거 정책이나 제도는 정말 많은데, 사각지대에 걸려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왜 벌어지는 것인지 알고 싶기도 했고, 부동산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불안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정말로 그렇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일생일대의 고민은 언제나 주거 안정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내집마련을 하고 싶지만, 이미 집값은 손에 닿지 않을 만큼 오른 상태고, 대안으로 여러 사회적주택이 등장했지만 아직 주류는 아니라서 불안한 마음도 들기 마련입니다. 저는 공공에서 만든 청년 주택에 살고 있지만, 이것이 완전한 주거 안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단 2년의 미래만 꿈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먼 미래를 상상하며 정주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다만 10년 만이라도 집 걱정을 그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위해 개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국가와 사회에서 보장해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하는 곳과 사는 곳 사이가 가까워야 하는‘ 청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지금 사는 곳의 집값이 갑자기 오를까봐, 지역의 동료들이 동네에서 떠나가게 될까봐‘ 두렵다고 썼습니다. 그 후 대다수의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로 의견을 모으다 보니 ”나의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주거안정이 불확실한 상황“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쉬는 시간 후 두 번째 세션에서는 내가 겪는 불안의 사회적‧구조적 원인이 무엇이고,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적어보았습니다. 주거 테이블인 만큼, 사회구조적 원인이 너무나 거시적이고 뿌리깊어서 사실 쓰는 게 쉽지 않았어요. 나왔던 의견 중에는 △금융자산 붐과 노동가치의 하락, △제대로 된 주거가 아닌 집도 집 취급을 해주는 게 문제 라는 의견, 그리고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정책 △불평등한 임대차 관계가 문제이기 때문에 △임차인 권리 인식개선의 필요성 △장기적 관점에서의 도시개발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더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무엇이고 그를 어떻게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토론해보고 함께 적기로 했습니다. 앞서 사회구조적 원인 이야기를 할 때, 임차인 또는 세입자인 청년들 그리고 정책과 만나본 적 없는 청년들에 대한 문제의식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같은 결에서 대화가 쭉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의 주거 정책을 불신하거나 잘 몰라서, 무리한 집값을 내며 버티고 있는 청년들, 즉 ‘영끌과 높은 월세 사이에 갇혀버린 청년들’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것이죠. 그래서 대통령 후보가 부동산에 앉아 집 보러 오는 청년들을 만나는 그림을 상상해봤습니다. 한두 번의 이벤트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왜 ‘영끌’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불안과 두려움이 잠재워져 있는지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 청취에서부터 변화의 씨앗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때만 반짝 활용되고 마는, 캐릭터로서의 청년이 아니라 입체적인 욕망을 지닌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잘 듣는 것은 잘 말하는 것보다 몇 배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시 듣고, 또 듣고, 계속 잘 들어서 서로가 서로의 메아리가 되어 세상을 함께 바꾸어 나갈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