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매년 첫 번째 생일 파티는 우리 중에서 생일이 가장 빠른 친구 Y의 생일 파티였다.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모인 친구들을 보며 Y는 말했다.
“이렇게 다 모이니까 너무 좋다. 내 100번째 생일 파티 때도 이렇게 모여서 놀면 너무 재미있겠다. 그치?”
“100번째? 음… 미안. 아무래도 나는 못 갈 것 같은데. 어쩌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놀란 내가 대답했다.
매사에 긍정적인 Y는 단념하지 않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자, 생각해 봐. 지금 평균 수명이 몇 살이야? 80세쯤 되잖아. 그러면 우리가 노인이 됐을 때는 의학 수준이 높아져서 병도 다 고치고 100살은 거뜬히 살고도 남지 않겠어?”
요즘은 ‘백세 시대’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지만 20대 초반에 들은 ‘100세’는 낯설고 어마어마한 나이 같아서 100세가 평균 수명이 되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들 일하느라 바빠졌을 때 Y가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간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잠이 깼는데 인기척이 나면 바닥에서 자고 있는 Y가 깰까 봐 침대에 그냥 누워 있었다. 그런데 무슨 소리가 났다. 내려다보니까 Y가 양손을 열심히 비비고 있었다. 그러더니 비빈 손바닥을 양쪽 눈에 가져다 댔다.
“야, 너 뭐 해?”
“아, 이거? 이렇게 비비면 좋은 기운이 생긴다고 하더라. 내 몸에서 제일 안 좋은 데가 어딘가 생각해 보니까 눈인 것 같아서 눈에다가 기운을 주는 거야. 내가 눈이 좀 나쁘잖아.”
그때 나는 확신했다. 얘는 정말 100살까지 살겠구나. 100번째 생일 파티는 물론이고 101번째, 102번째 생일 파티도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는 대로’ 문법을 가르칠 때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곤 한다. 코미디언 유재석 씨가 20대에 일이 없어서 내일은 뭐 하지 걱정하고 막막해하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가사를 듣다 보면 이 말의 끝에 작은 화살표가 달린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그 말이 화살표를 달고 날아가서 결국 원하는 곳에 도착해 있을 것만 같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서 100번째 생일 파티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친구 Y에게 말해 둬야겠다. 나도 100번째 생일 파티에 꼭 가겠다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무릎이 좀 삐꺽대더라도 갈 수는 있겠지.
그리고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말로 해 봐야겠다. 화살표를 달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쭉쭉 날아가 주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