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학교 앞에 유니클로 매장이 있어서 퇴근할 때 들러서 옷을 구경하곤 했다. 어느 날 옷을 고르고 있는데 남녀 대학생 대여섯 명이 매장에 같이 들어왔다.
“너 여기서 옷 사려고?”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물었다.
“응, 왜?” 여학생이 되물었다.
“야. 유니클로 옷은 디자인이 단순해서 얼굴이 화려해야 해. 유니클로가 뭐 하러 비싼 전지현을 모델로 쓰겠냐? 저기 봐, 이목구비 뚜렷하고 외모가 화려한 서양 모델들이 입고 있잖아.”
나는 일행도 아닌데 그 여학생과 함께 고개를 들어 벽에 붙은 모델들 사진을 봤다.
맞는 말이라 짜증이 났다.
‘나갈까?’ 생각했지만 지금 나가면 이상할 것 같아서 계속 옷을 만지작거리며 버텼다.
여학생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짜증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학생을 조금 패 주더니 일행과 함께 매장 밖으로 나갔다.
그 남학생이 나에게 ‘유니클로 옷은 화려한 외모와 세트’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나에게는 현명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의 현명함은 헤어 스타일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친구가 머리를 자른 모습을 보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더니 비결은 사진 활용법에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보통 미용실에 갈 때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가서 이렇게 잘라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러면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연예인 사진에 혹해서 그렇게 잘라야지 마음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자, 이거 봐.” 친구가 휴대폰에서 사진을 찾아서 시범을 보여 주었다.
송혜교 단발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자 머리가 별로 안 예쁘고 그냥 그랬다. 한예슬이 한 예쁜 파마머리도 얼굴을 가리니 갑자기 평범해 보였다.
“알았지? 얼굴 빼고 머리만 봐야 해.”
며칠 전 미용실에 가기 전에도 엄지손가락을 썼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찾으려면 순수하게 머리만 보라는 친구의 가르침을 나는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며 헤어의 완성도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