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삶의 결을 같이하기
오랜 시간 미술을 해오고, 그 안에서 몸담고 있으면서 요 몇 년 사이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들이 있다. 바로 나의 생활을 '미술'처럼 하는 것이다. 왜 나는 미술인이면서 그동안 나의 삶을, 그 결을 미술과 같이 하지 못했던 것일까?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겉치레만 해왔던 셈이었다.
삶을 미술처럼.
이 짧고도 명확한 하나의 신념을 올해 초부터 굳건히 마음 깊이 품었다. 이 문장 하나를 품은 것뿐인데, 그 전과 후의 나의 삶은 전혀 다른 삶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미술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미술은 가장 친한 친구이며, 놀이, 취미생활이자 부업과 본업이며 때론 연인이었다가 지금은 마치 또 다른 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미술'이란 친구와 올해부터는 가장 친하고 가깝게 지내고자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서 내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전혀 미술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린 그림이 놓여있는 공간과 그 공기. 그 분위기 모든 게 따로 노는 것 같이 느껴졌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나의 그림과 공간 그리고 나.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은 소품부터 가구까지 바꾸어보면서, 나의 소중한 그림에게 그마만큼의 소중한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반년이 조금 지난 지금, 나와 나의 공간과 그림은 꽤나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되었다. 비록 엄청 화려하거나 멋스러운 공간이 아닐지어도, 내가 느끼기에 나의 온도와 향이 부쩍 많이 묻어난다.
올해 초, 문득 어떤 책을 읽다 다짐한 문구를 마음에 새겼는데,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었다. 살면서 생각보다 보이는 것들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화가로서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보려고 그림을 그리게 되는 순간이 많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그리고 삶을 미술처럼. 이 같은 맥락의 이야기는 앞으로 내가 오랫동안 마음에 계속 품으며 지낼 문장들일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