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지리 이야기"를 읽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 지리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중학생 딸이 학교 과제로 읽은 책인데, 재미있다면서 저도 읽어보라고 추천했기 때문이죠. 진짜 아빠를 위한 추천인지,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속셈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지요.
2009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려 수십 명이 죽었고, 홍수가 나서 정전이 되고 다리 2개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내린 비의 양은 고작 90mm였습니다. 다른 지역이라면 홍수가 될 리 없는 적은 양의 비였지만, 그곳에는 물을 빨아들여 저장해 주는 숲이나 습지가 부족했고, 배수로 및 대비 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적은 양의 비가 홍수가 되어서 많은 피해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연평균 강수량이 250mm가 넘지 않는 여러 사막 지역에 홍수가 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막에 홍수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한 일은 반대 경우의 지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인도 북동부 체라푼지는 연평균 강수량이 1만 1430mm로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입니다. 우리나라보다 10배 정도 더 내리는 상황이다 보니, 매년 여름에 홍수가 납니다. 안타깝지만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렇게 비가 많이 왔음에도 겨울에는 가뭄이 든다는 점입니다. 사막에 홍수가 나는 이유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내리는 비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가 집중되는 여름에는 홍수가 나고, 겨울에는 오히려 가뭄이 드는 것이죠.
연평균 강수량이 250mm인 사막에서 홍수가 나고, 연평균 강수량이 1만 1430mm인 체라푼지에서 가뭄이 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을 보면서, 홍수와 가뭄을 만들어 내는 결정적인 요인은 내리는 비의 양이 아니라, 내리는 비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만약 사막과 인도에 숲과 나무가 많이 있었다면, 배수시설과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면, 고작 250mm 비에 홍수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1만 mm 비에도 가뭄이 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우리 인생의 어려움도 동일합니다. 소나기처럼 갑자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고, 집중호우처럼 힘든 일이 우리를 덮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난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내리는 비를 원망합니다. 너무 많이 내린다고 화를 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좌절합니다. 그러나 홍수가 내리는 비의 양이 아니라 비를 처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 것처럼, 고난의 홍수도 어려움을 처리하고 회복하는 우리의 능력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 숲과 나무가 있다면, 우리 생각 안에 배수 처리 시설이 있다면, 1만 mm의 비에도 홍수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처리 능력이 없다면, 고작 90mm 비에도 홍수가 납니다.
인생의 좋은 일도 동일합니다. 주변에 좋은 일이 생겼다며 기뻐하는 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가뭄이라도 든 것처럼 메마르고 부족한 이들만 가득합니다. 그러나 1만 mm 비에도 가뭄이 드는 것처럼, 가뭄 역시 내리는 비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아무리 좋은 일과 기회가 많이 생겨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좋은 일과 기회는 우리 안에서 열매 맺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90mm의 적은 비에도 가뭄 없이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홍수가 나서 힘드십니까? 가뭄이 들어서 괴로우십니까? 내리는 비가 짜증 나고, 내리지 않는 비가 야속하겠지만, 그럴수록 내리는 비와 하늘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홍수가 나지 않도록 우리 마음에 숲과 나무를 심읍시다. 아무리 비가 내리지 않아도 가뭄이 들지 않도록 우리 생각에 처리 시설을 만듭시다. 그래서 어떤 날씨에도 웃을 수 있는 푸르른 삶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