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조언하지 말고, 마음으로 응원하자.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책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통해 의대생 시절의 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1957년 올리버 색스가 리처드 애셔 박사 문하에서 공부하던 시절, 애셔 박사는 아픈 소녀를 진료하기 위해 어떤 집에 왕진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 사람은 엉클 토비였는데, 어느 날부터 행동이 서서히 느려져서 무려 7년 동안이나 거의 움직이지 않고 반송장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느리게 맥박은 있었지만, 손도 송장처럼 차가웠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애셔 박사는 가족들에게 동의를 얻고 엉클 토비를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리고 검사와 진료를 통해 엉클 토비가 갑상샘저하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갑상샘은 우리 몸을 덥히는 난로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난로가 고장이 나서 체온이 정상보다 16.5도나 낮은 20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몸은 마치 냉장고가 되었고, 맥박도, 의식도, 여러 가지 활동도 냉장 보관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다행히 갑상샘저하증은 티록신이라는 약물만 투여하면 나아질 수 있는 병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엉클 토비의 체온이 올라갔고, 체온이 올라갈수록 그는 말도 하고 움직임도 분명해졌습니다. 그렇게 회복하는 과정에 의료진들이 당황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엉클 토비는 자신이 냉장 보관 상태로 7년을 지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금을 1950년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엉클 토비에게 7년이라는 시간은 사라진 시간이었고, 냉장 보관되어 멈춰진 시간이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멈췄다가 다시 활동한 것이 시간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건강하던 엉클 토비가 갑자기 심각한 각혈을 해서 검사했더니 가슴에서 악성 귀리세포암종이 발견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1950년에 이미 그에게 작은 암세포가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갑상샘저하증으로 7년 동안 냉장 보관 상태에 있었을 때에는 이 암세포의 활동과 성장이 억제되었던 것이고, 이제 냉장고 문을 열고 나와서 정상 체온을 회복하니까 암세포도 함께 활동했던 것입니다. 결국 엉클 토비는 며칠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 울리버 색스는 이렇게 그 일화를 마무리합니다.
“그의 가족은 그를 차갑게 방치함으로써 생명을 살렸고, 우리는 그에게 온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몰고 갔다.”
갑상샘저하증이 귀리세포암종의 성장과 활동을 막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갑상샘저하증 뒤에 귀리세포암이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갑상샘저하증을 치료했다고 귀리세포암으로 죽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의사도 아닌데 뭐가 두렵냐고요?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는 것은 질병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말에도, 행동에도, 관계에도, 삶의 모습 그 자체에도 뒤에 숨겨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습니다. 갑상샘저하증 뒤에 숨어 있는 귀리세포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역시 다른 이들 뒤에 숨겨진 것들을 다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조언하기도 하고, 좋은 의도라고 우기면서 상황을 악화시킬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귀리세포암종의 성장과 활동을 막고 있는 갑상샘저하증을 만질까 봐 두렵습니다.
물론 뒤에 숨겨진 모든 것을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 찾아낸다고 한들 완벽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쉽게 평가하고 빠르게 판단하다는 태도는 멈출 수 있습니다.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지금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여기며 인정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함부로 조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 안 하고 멈추면 무엇을 하냐고요? 따뜻하게 방치하면 되지 않을까요? 조언하는 대신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적하는 대신 기도하면 되지 않을까요? 함부로 조언하지 말고, 마음으로 응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