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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Nov 10. 2023

푸른바다거북 수컷이 사라지는 이유와 우리가 싸우는 이유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은 등갑 길이 78~122cm, 무게 68~190kg인 대형 바다거북으로 전 세계 바다에서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멸종위기 원인은 다양합니다. 서식지 파괴, 불법 포획, 그물이나 낚시 바늘에 걸려서, 해양 오염과 버려진 플라스틱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푸른바다거북이 안타깝게 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멸종 위기 원인 중에서 특이한 원인도 있었습니다. 푸른바다거북의 성별이 알이 부화하는 동안 둥지와 주변 모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온도가 28도이면 암수비율이 비슷하고, 30.3도보다 높으면 암컷이 많이 태어나고, 27.7도보다 낫으면 수컷이 더 많이 태어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서 푸른바다거북의 둥지와 모래의 온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높은 비율로 암컷만 태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호주 연안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개체군의 99%가 암컷으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계속 수컷이 태어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푸른바다거북은 멸종되고 말겠지요. 


 온도 차이로 멸종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면서, 문득 온도 차이로 아내와 계속 싸우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집 안 공기가 답답하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자주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킵니다. 반면에 저는 환기보다 적절한 내부 온도가 더 필요합니다. 봄이나 가을은 괜찮지만, 냉방을 하는 여름에 아내가 환기시키기 위해서 창문을 열면 저는 너무 덥고, 난방을 하는 겨울에는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창문을 열고, 저는 쫓아다니면서 창문을 닫고, 그러면 아내가 다른 창문을 또 열고, 그러면 제가 또 가서 닫고, 계속 이러면서 서로 투덜거립니다. 저는 아내에게 춥다고, 덥다고, 나한테 물어보고 창문을 열라고, 감기 걸리겠다고, 더위 먹겠다고 투덜거립니다. 그러면 아내는 환기를 안 시키면 오히려 더 아프다고,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선풍기 앞에서 앉아 있으라고 대꾸합니다. 아내와 제가 이렇게 서로 다르고, 그래서 서로가 만족할만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일이 참 힘듭니다. 고작 2명도 이렇게 힘든데,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과 사회를 만드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더 어렵겠습니까? 


 그나마 저와 아내는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열면 닫고, 닫으면 열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투덜거리고, 투닥거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양보해서 서로에게 적당히 괜찮은 생활환경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대로 바꾼 환경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푸른바다거북은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고작 온도 때문에 태어나지도 못하는 푸른바다거북 수컷은 한번 크게 울지도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푸른바다거북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요? 서로에게 적당히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서 함께 잘 살지 못하는 우리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나실까요?


 창문을 열면 제법 추워지는 11월이 되었는데, 아내가 창문을 열면 싸우지 말고 들어가서 내복을 입어야겠습니다. 투덜거리지 못하는 자연과 동물을 위해서 많이 걷고, 적게 쓰고 제가 할 수 있는 실천을 해야겠습니다. 하나님만 듣고 계시는 작고 약한 생명들의 울부짖음을 듣기 위해서 기도해야겠습니다. 


 Kyrie eleison!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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