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좋소가 영상이 화제가 될때도 본적이 없다.
IT거품 빠지던 시기에 좋좋소라고 할만한 곳을 잠깐 다녀본적은 있지만
아주 나쁜 경험을 했던 적은 없었다.
업종 자체가 그렇게 매운맛인 사람들이 모이기도 어려웠고
소수의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애당초 아니었다.
어느정도 규모와 전문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 직능이 본인 선택과 재능, 실력, 자기계발이 중요한 분야이고
경력이나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우받는 직종이 아니었기에
스스로 자기할 일 열심히 하고, 누가 안시켜도 필요하면 혹은 본인이 좋아서
야근을 하던지 스터디하던 분야였다.
장점이라면 최약체 사원시절부터도 일하면서 꼰대질 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난적도 없었고
까라면 까 식의 업무를 해본 경험도 거의 없었다. (그랬다간 프로젝트 망함)
물론 나중에 경력직이 되어서는 겪어봤다. 군대인줄
최근 좋좋소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이마를 탁 칠뻔했다.
맙소사... 그동안 몰랐던 좋좋소의 경험을 이곳에서 하고있었구나!
내가 그래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었구나 라고 느꼈다.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은 잘나가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아니다.
사실 그런곳들은 스타트업이라 부르기도 뭐하다.
IT업체가 직원수가 200명이 넘으면 이미 대기업인거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다녔던 기업들은 대기업이 된 곳도 있고
중소기업이어도 어느정도 규모와 업력이 있는 곳들이어서 이곳에서의 경험들이 너무 생소했다.
가장 크게 느껴지고 간절해진것은 복지도 아닌 아주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근무 환경에 대한 무지함
일단은 사무실 청소 용역이 없다.
관리비에 포함되지 않는건지 사무실이 매우 더럽고 먼지가 뭉쳐서 굴러다녔다.
화장실은 더했다.
이 회사의 화장실에서 락스냄새가 난적이 한번도 없다.
변기는 덕지덕지 갈색 얼룩이 존재했고 세면대 역시 곰팡이를 포함한 물때가 그대로였다.
휴지통만 비워질뿐 청소를 단 한번도 하지 않는것 같았다.
화장실 가는게 너무 싫다보니 참고 참다 방광염에 걸렸었다.
그후로 많은걸 내려놨다. 말해서 뭐하나 이들은 그냥저냥 지내고 있으니 공감도 못했을거다.
비누가 있긴한데 한 3년전에 꺼낸것 같은 말라비틀어져서 거품도 안나오고 시커먼 때가 낀 비누
코로나가 절정기일때 였는데 손세정제 구입을 요청했더니 그건 안된다고 단칼에 거절하더라.
왜????? 너네는 화장실 갔다와서 손 안씼어??
(결국 사비로 손세정제 사다놓고 직원들 다 쓰라고 함)
내가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점만 찾았던건 아니다.
일단 위생상태는 건강과 직결되기에 총무가 있는지를 물었다.
청소에 대해 얘기했더니 본인이 해야하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안바쁠때도 청소는 하지 않았다.
탕비실도 더러웠다. 식탁으로 쓰는 책상위엔 라면국물과 음료자국이 얼룩덜룩했다.
한쪽에는 알 수 없는 박스들이 쌓여있었고 바퀴벌레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MZ세대니 뭐니해서 딱 그 세대의 연령대가 많아서 청소 얘기를 꺼내면 싫어할게 분명했다.
담당자는 청소를 비롯해서 사무실 환경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혼자 떠맡는게 싫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무실은 너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라 이대로 방치하기에 너무 더럽고 건강도 염려가 되었다.
처음엔 솔선수범해서 다같이 청소하는 날을 만들어서 청소하자고 했다.
뭐 누가 좋아서 하겠는가? 다들 하기싫은 기색이 역력하고 둔감해져서 할 필요도 못느끼는듯 했다.
(도대체 집에서 어떤 생활을 하길래 이게 괜찮은지 이해가 안됐지만.. 뭐 내 시선인거고)
청소를 하다보니 어라? 하는 사람만 하고 누구는 손하나 까딱을 안하네?
직원들끼리 다 지켜보고 있었을거다.
누가 뭘하나, 나는 뭘 해야되나
대표이사는 청소를 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회의실에 본인 노트북 들고가서 아예 앉아있었다.
일반적으로 용역을 쓸 일을 직원들이 나서서 하는데 이런 반응인거다.
직원들이 잔뜩 인상을 쓰고 회의실을 노려보기도 했다. 욕나오는데 참고 있는것 같았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미안해하기는 커녕 저런 태도라니...
내가 집청소도 싫어서 주기적으로 용역쓰는데 일하러 나와서 빗자루 들고 이러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그 뒤로 몇번 더 청소를 시도했지만 결국 하는 사람만 하고 조용히 도망 나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도 그후로는 더이상 청소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어느날은 청소를 독려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걸
그동안 아무도 안해서 사실 본인이 주말에 하곤 했었다. 직원들이 참여를 안해서 아쉽네요.. 라고
할말이 너무 많았지만 얘기가 길어질것 같아서 참았다.
사실은요.
다들 귀하게 자란 애들이라 지들 방 청소도 잘 안할텐데 사무실청소 이런거 요즘 애들은 안해요.
입 댓발 나와서 얼마나 싫겠어요? 서로 필요이상의 불편함을 강요하면 안되요.
그리고 이정도 회사규모면 청소용역 쓰면 되죠. 한 달에 뭐 얼마나 큰돈 나간다고...
내 나이면 꼰소리 좀 해도 큰흉도 아닌데 나조차도 직원들한테 이런 요구 못해요.
아무튼 그후로 청소가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 회사의 독특한 컬쳐핏을 '존중'하기로 했다.
좋은 소리 해줘도 이악물고 안듣는데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얘기는 하지 않는게 매너지.
일관성 없는 인색함
나는 일단 PM 직책으로 합류를 했는데 법인카드 지급이 없는 것에 조금 의아했다.
없으니 모든게 사비다. 아직 수습3개월이 안지나서 그런가? 했다.
이 회사의 모든 새로운 것들을 '존중'하기로 했으니까
(나중에 알게된거지만 법인카드는 특정인원들에게만 지급했더라 ㅎ)
회의실에서 면담하면 대부분 교무실 불려온 학생같은 태도로 시작한다.
나는 그럴 의도도 없고 직무를 잘 소화하는지, 어려움이 없는지, 도와줄수 있는게 없는지가 궁금한건데
당사자들은 대부분 혼나기 직전의 학생들처럼 회의실에 들어오는게 안타까웠다.
그런데 인정할건 해야지. 내가 그들에게는 이제 어려운 사람이 된거다.
그래서 면담이나 중요한 업무를 앞두면 음료 한 잔 사먹이며 편안한 대화를 시작하려 애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친구가 꿈꾸는 커리어와 회사의 인재상의 핏을 맞춰보려는 거고
장기적으로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된다 판단해야 이 친구들이 일을 즐겁게,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어줍잖은 동기부여는 이제 먹히지도 않는다.
앞에서는 네네 하고 웃어도 돌아서면 좆까되기 십상이다.
이런 HR트렌드를 나는 현업에서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에 맞춰가려 노력했다.
지금은 회사의 일이 내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야 그 회사를 다닌다. 그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떠나버린다. 내가 조직관리를 잘 했던 이유는 회사의 니즈와 개인의 니즈를 제법 잘 연계시켰고 그래서 성과가 좋았던거다. 그래서 나는 당연하게 이곳의 인재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커리어를 꿈꾸는지 알아야했다.
내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일로 만난 사이에 대화는 돈으로 시작된다.
뭐라도 한잔 들려주고 먹이고 나서야 편하게 얘기도 시작하는거고
이들은 당연하듯 나에게 그런 베품을 기대하더란 말이다.
수평조직에서 다같은 월급쟁인데 왜??
스몰톡과 면담을 한 후, 첫 달 사비지출이 25만원을 돌파했다.
이건 나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해도 나한테 음료 한 잔 사주는 사람이 없더라.
그나마 대화같은 대화에 목마른,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에게서 한 두잔은 돌아왔다.
의외로 직원들은 회식을 하고 싶어하지만 회식비에 대한 룰이나 체계가 없어서
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n빵을 해서 조용히 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왜인지 그것이 소문나지 않게 하는 분위기였다.
의아했지만 남일에 별로 관심 없는 나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인사관리의 부재
경영지원 담당자의 부재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모든 직원에게......
어찌보면 이게 이 회사 문제의 가장 큰 원흉이기도 했다.
총무가 경영지원겸 업무를 본다고 했는데 애초에 이게 말이 안되는거다.
인사와 경영지원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이 중요한 직무를 맡고 있는데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경영지원 담당자의 역할이란
직원과 회사의 소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총무, 인사, 재무를 겸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규정을 만들고, 직원채용, 회사정책, 행사, 경비처리 같은 일들을 한다.
문제는 이 담당자를 전문성이나 경력이 없는 사람을 등용하는 바람에 모든게 꼬인거다.
첫번째로 직원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직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었고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담당자의 행동이 낯설지가 않았다. 감히 추측컨데 공장이나 생산라인에서 일한 경험만 있을거라고 추정한다. 비슷한 사람을 본적이 몇번 있었고 그들의 근무환경이 하나같이 좋좋소보다 못한 공장 경험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업종의 특수성이 저마다 너무도 다르니 경영지원팀 충원을 할때는 해당 업종의 유경험자인지 반드시 체크하는데 대표이사는 이 점을 간과했다. 책상머리에 앉아있어도 일을 안할 수 있고 능력에 따라 초급인력이 2n시간 걸릴일을 고급인력은 2시간만에 할 수 있다는것도 몰랐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죄다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이사는 늘 이런점을 불안해했는데 옆에서 부채질을 했던거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어찌 같은 기준으로 놓고 판단하는지.... 이러니 열심히 하던 직원들도 하나둘씩 마음이 떴다고한다.
내가 또 흥미로워 하는 분야가 프로파일링인데, 회사 직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니 시기상으로 이 분이 합류한 시점부터 내부갈등이 시작되었던 모양이다.
그전까지는 일은 힘들었어도 대표이사와 직원들 사이는 좋았던 모양이다.
두번째로 필요한 규정을 만들 역량이 없다. 스타트업은 많은 규정이 부재하다. 그래서 규정을 만들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만의 컬쳐핏을 만들어나간다. 그런데 IT업계의 특성도 모르고 직무도 모르고 소통하려는 시도도 없었고 굉장히 단순한 생각으로 이러면 되지 않나? 정도에서 그친 규정을 일방적으로 폭탄 투하하듯 통보해버리곤 했다. 자신의 미래를 걸고 스타트업에 지원한 직원들이 이러려고 온게 아닐텐데......
세번째로 인사관리 능력이 없다. 직원채용에 관해서 회사업무와 직능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직원채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르는것에 당당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네번째로 회사정책은 당연히 세울 수 없다. 회사가 무슨일을, 누가,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세우지.
다섯번째로 행사. 이건 전적으로 직원들의 품앗이, 야근등으로 해결되었다. 일을 모르니 행사진행도 주관할 수 없는거다.
여섯번째로 경비처리도 귀찮아했다. 전자결재 시스템도 없고 기안서나 품의서를 만들어 본적도 없으니 모든게 영수증을 갖다주면 본인이 기재해야 하니 하기 싫은거다. 그래서 강압적인 영수증 처리를 요구했고 법인카드외에는 귀찮아했다. 법인카드로 결제해도 될만한 것 외에는 하지 않으려 했다. 가끔 마지못해 영수증 처리를 해야만 하는 항목도 그 영수증을 받아온 사람이 독촉을 해야 진행되었다.
업무 능력을 떠나서 기본적인 역량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때 그때 닥친 일만 처리를 할뿐, 스케쥴 관리나 공지, 계획적인 업무관리가 스스로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지적해 개선하거나, 가이드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일이 많다고 푸념하기만 할뿐, 방법을 찾거나 업무개선을 할 의지는 없어보였다.
대표이사도 이 사람이 개선되길 딱히 기대하진 않는것 같았다. 부럽네 철밥통
이 외에도 직원들의 근태관리나 복무규정등의 업무가 있을텐데 본인부터 근태가 남을 지적할 상황이 아니었고 직원들은 그걸 지켜보고 있었고 이 담당자에겐 어떤 불이익도 적용된 적이 없었다.
대표이사의 일정을 알고 있으니 늦게 출근하는 점을 교묘히 잘 이용하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오전에 회사에 없거나, 늦에게 오는 날은 어김없이 지각을 했었다.
이곳의 공식적인 근태 문제직원이 있었는데 그 분으로 인해 '지각 시 휴가 차감'의 룰이 생겼나보다.
지각 n회면 휴가 1일을 차감했는데 내가 이 경영지원자의 근태를 체크해서 합한것만 해도(내가 휴가중이거나 바빠서 못 센걸 제외해도) 지각 횟수가 6개월간 23회에 달했다. 그런데 휴가는 1일도 차감되지 않았다.
듣기로는 대표이사 지인인가? 친척인가 그렇다더라.
안묻고 안궁금해도 결국 소문은 다 돌고 돌았다. 어차피 관계의 사실확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분의 업무태도엔 문제가 있다는건 사실이었으니까
여기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이 젊은 조직이 실리콘밸리 타령을 하면서도 좋좋소와 비슷한 운영을 하고
수평이나 평등이라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 어떤 회사들보다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프로세스인 이유는
가족경영 회사의 전형적인 형태였기때문이다.
대표의 지인과 각별한 감정의 원년멤버
그리고 가족같이 가깝지도 않고 계륵 같은 원년멤버
가족레벨에 편승하고자 자신의 쓸모를 열심히 어필하고 싶었던 경영지원담당자의 어긋난 욕망이 회사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 담당자는 직원들 근태에 대해 주기적으로 대표이사에게 보고와 이슈제기를 했던 모양인데
본인이 지각한것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직원들만 지적을 하니 직원들 입장에서 불합리할수밖에 없었다.
이 분의 근태에 대해 직원들이 이슈제기를 할때마다 대표는 이 경영지원 담당자가 일이 많아서 그렇다 라고 감쌌다. 그런데 무슨일을 얼마나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를 한단 말인가?
직원들은 회사 내 행정업무도 제대로 처리가 안되는데 무슨 일을 하는건가요? 대놓고 물었다.
직원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게 업무공유도 안되고 직원들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매번 미뤄졌기 때문이다.
다른일로 바쁘다는데 그 다른일이 도대체 뭐냔 말인가?
정말로 일이 많은건지, 일을 못해서 처리가 느린건지 우린 알 수 없었다.
우리 모두는 매일 할 필요도 없는 업무보고와 공유를 하는데 왜 이사람만 업무내용을 몰라도 되는건지도 직원들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거다.
회사가 이 지경이니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 이런 상황을 모를수밖에 없던 나에게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험담을 매번 늘어놓았었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어떤때는 누군가를 굉장한 능력가라고 평가하고, 누군가는 굉장히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그 태도는 기분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고 무능했던 사람이 유능해지기도 했다.
이런 사내정치를 하루 이틀 겪어본것이 아니기에 일방적인 동조를 하지 않게 되는건 당연한거다.
(나중에 내가 겪은 사내정치 최고봉 '미생은 순한맛' 에서 이미 다 겪어본거라)
대표이사는 이미 심화된 직원들과의 불화로 정서가 많이 불안한 상태였던것 같다.
업무내용을 협의하자고 미팅 요청을 해놓고 사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직원들의 험담, 개인적인 감정등을 끊임없이 토로했다.
기분에 따른 평가와 보상
이런 얘기를 할 친구도 없는건지, 그냥 끊임없이 말이 하고싶은건지 모르겠지만
약 5개월 가까이 하루 평균 4시간을 미팅에 소모되었는데 그중 대부분은 대표이사의 직원험담 강제로 듣기였다. 입다물고 참으려도 해도 끊임없는 말실수를 해대는 통해 내안의 선비 기질이 부릉부릉 시동을 걸곤했다.
이 과정에서 확실히 알게된건 이 사람은 끝까지 착한척이 하고 싶고 타인이 악역을 해주길 원했다.
게다가 그 악역 대신 해줄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본인이 편애하는 멤버들 감싸기 위해 막지 않았던가?
악역을 해줄순 있지만 악인은 아니었기에 대표이사가 원하는 편애방식의 악역을 우리는 할 생각이 없었다.
원래부터 그런사람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대표이사의 불안감을 계속 건드리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이 똑똑한 바보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차라리 대표이사가 좀 더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도 좀 더 퍼주는 바보였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돌아서지는 않았을거다.
이 대표이사는 유래없을 정도로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본인이 뭘 원하는지도 잘 몰랐다.
감성적인 사람과는 다른 의미다. 지나치게 솔직할 정도로 본인의 감정과 기분만 중요했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지 못했다. 그리고 냉철해야할 일에 대해서 설득이 안된다 싶으면 갑자기 '공감'을 요구했다.
왜 일에 공감을 요구하지?
그건 자연스럽게 되야하는거지 요구한다고 돈 계산하듯 해줄수 있는게 아닌데?
직원들은 참다못해 또 쓴소리를 했었다.
직원들조차 설득을 못하는데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하고 사용자를 설득할거냐?
한명씩 찾아다니면서 공감해달라고 할거냐? 이게 말이되냐? 라는 말도 했었다.
대표이사가 인간적으로 다 나쁜건 아니었다. 몰라서 그랬을 수 있고, 중요하지 않다 여겨서 그랬을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다 할 수없고 잘 모르면 해당 직무의 전문가를 고용하면 된다.
그게 대표이사의 특권이자 의무 아닌가 ?
그런데 이런 악수를 두는 의사결정을 한 건 피할수 없는 대표의 잘못이 맞다.
이 외에도 좋좋소다운 면모는 너무 많았는데
이 총무 담당자는 어느날 경영지원팀장이 되었다가 스스로 경영진이 되었다.
1년도 안되서 초고속 승진을 한거다.
리드급이라고 지정해놓은 사람들 중, 실제로 리드급의 고급기술이나 거의 없었다.
나름 동기부여와 책임부여를 위한 감투나 다름 없었다. 업무를 리드할 지식이 없는데 무슨 리드?
솔직히 말해서 이곳의 리드급이라는 사람들의 보유기술과 수준은 일반적인 기업의 사원2년차보다 못했다.
물론 개중 괜찮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 사람에게 결국은 모든 업무가 할당되서 이 사람도 터지기 직전이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너무나 많은 일들을 떠넘기려했고 정작 중요한 일들은 나몰라라했다.
일정보고와 예정업무를 매일 보고해도 아무소용이 없었다.
자기관리도 개판이라 수면량 부족으로 기억력도 문제가 생기는것 같았다.
미팅을 소집해 놓고도 듣지도 않았고 미팅시간에 졸기 일쑤였다.
그리고 직원들이 그걸 지켜보며 실소를 터트리곤 했었다.
그리고 수평조직이라고 열심히 강조하더니
어느날은 팀장롤을 요구하고
어느날은 실무담당자 롤을 요구하고
어느날은 이사급의 롤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어떤 권한도 주지 않았다.
말로는 줬다고 하는데 예산도 인사권도 없는데 주긴 뭘줘?
다시 말하지만, 수평조직이라더니 나에게 직원들에 대한 가르침과 계도를 요구하는가 하면,
특정 직원에게는 특별한 존중과 예우를 요구하고
관심 없지만 알긴 해야겠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기도 했고
어떨때는 직접 기획도 하고 직접 디자인도 하고 직접 외주관리도 전부 다 하길 요구했다.
어느날은 마케팅을 요구하더니 매출이 이제부터 내 책임이라고 전가하기도 했다.
예? 저는 입사한지 한 달도 안되었는데요? 이거 이미 돈이 안된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거 한번에 다 할수 있기는 한건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R&R 문제
게다가 팀명이 직원들마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ooo부 라고 했고 같은 부서의 다른 사람은 ooo팀 이라고 했고
부, 팀, 파트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당연히 R&R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R&R에 대한 이슈가 참 많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대표이사도 이 이슈를 알고 있었고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처음엔 안타까워서 대표이사가 바라는 직원들의 R&R부터 상세하게 정의하고 조율해보자고 했다.
가르치는 어투는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내가 속한팀의 R&R을 예시로 먼저 보여 줬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소화할 수 있는 R&R에 핏을 맞춰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대표이사가 디자이너에게 개발업무를 바란다고 해서 될건 아니니까.
하지만 대표이사는 끝까지 R&R을 작성하지 못했다.
그저 단편적인 업무 내용의 파편만 나열하다 포기한 흔적만 있었다.
그리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괴랄한 조직도만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각 실무자들과 협의가 된적도, 배포된적도 없었다.
직원들의 R&R 이슈는 유야무야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하긴... 이들은 한 두번 겪은게 아니었을거 같다.
대표이사가 모든걸 잘 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사람을 적절한 자리에 채워넣기만 해도 알아서 돌아간다.
그런데 그 사람을 채용하기 싫어하고 권한 위임조차 못했던거다.
결론은 인사관리도 개판이었다. 이건 할말이 너무 많은데 여기까지만 하겠다.
조직도도 수시로 바뀌었다.
조직도의 이름과 직책도 수시로 바뀌었다. 조직도는 너무 괴랄해서 글로 설명하는게 힘들정도다.
그안에서 내가 발견한건 R&R에 대한 혼란함과 그와중에도 치열한 차별의 흔적 정도랄까?
IR자료에는 별나게 직원들 사진을 콕콕 넣어놨는데 들어가있는 사람들의 명단도 회사 직원들 전부가 아닌 일부였다. 한참 뒤에 내 사진도 그곳에 넣었다고 했다. 그곳에 속한걸 굉장한 영광인것처럼 얘기했다.
이런 특권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미안할 일도 아닌데
이 회사는 끊임없는 차별을 원했고 특권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채 열심히 일 하는 성실한 직원들이 안타까웠다.
이 상황에 박탈감을 느끼고 손을 놓은 직원들도 있었고
반발심으로 어떻게든 일을 미루는 직원도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은 대표이사에겐 언급조차 되지 않는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불성실한 다른 직원들과 싸잡혀서 평가절하되고 있었다.
이 젊은 회사는 정치질로 이미 오염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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