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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푸는사람 Apr 11. 2022

[스타트업 경험기] 1편 얏호! 나도 스타트업 찍먹!

나는 나름 짬바가 단단한 직장인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생각이었다.

이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고 2n년동안 한번도 본적없는 일들을 겪을수도 있더라.


이력서에 다 기재하기 귀찮을 정도로 각자 다른 분위기의 회사들을 거쳐왔었고 

전통적인(?) 수직적 조직부터 201n년에도 1990년대 운영방식을 고집하던 회사도 거쳤고 

한때 유행했던 수평조직문화, 애자일 개발방식, 영어이름 호칭 등 소프트스킬로 무장한 회사도 있었고

당시 유행했던 형태는 거의 다 접해본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소프트스킬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런 문화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가가 중요하더라. 

무경험자들은 왜곡해서 해석하기도 하고 사전적의미 그대로만 받아들이기도 하고

웃픈 에피소드들도 더러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변화되는 환경속에 나는 꽤나 '열린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했고

2n년이 넘는 경력 덕분에 생길 수 있는 편견의 시선 없이 적응해보자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너무 열어버린걸까?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게 원래 스타트업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고

이젠 뭐가 옳고 그른것인지 판단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첫 일주일간은 충격의 연속이었지만 나는 '오픈 마인드'로 무장했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 뭐 어쩌겠는가 내 회사도 아닌것을...


그런데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려고 해도 사람이 눈치라는게 있는게

미묘함과 기묘함을 감지할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곳은 창업 3년차에서 4년차로 넘어가는 스타트업이었고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곪아가고 있었다.

일단 근태가 이렇게 엉망인곳을 본적이 없달까??

나는 평소에 근태는 본인이 알아서 관리하고 업무에만 지장없으면 된다는 마인드였고

상사일때도 부하직원의 휴가나 부재를 고민한적은 없었다. 

대부분 알아서들 잘 했었고 문제된적이 없었다.


출근하는 날보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은 직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1차 충격

그런 직원이 있음에도 그 누구도 터치하거나 제제하지 않는다는것에 2차 충격

눈에 띄게 문제가 있는 특정 직원도 있지만 경영진조차 근태가 엉망인것에 3차 충격



왓더! 스타트업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자유로운곳이었다!!!!!!!!




일단 직원들의 직무가 무엇인지부터 스몰토크를 하며 업무를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뭐 IT회사들의 직능이야 이미 익히 다 알고 있었고 

다만 내가 신뢰할 수준의 업무를 하는지 대표가 말했던대로 "정말 좋은" "정말 괜찮은" 분들인지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나도 좋은 사람들하고 일한다고 얼마나 설렜다구!


단지, 내가 야생에서 살아오면서 학습한것은 내 눈으로 확인한것만 신뢰해야 한다는 것!


일단 NAS를 열었을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맙소사! 이곳은 폴더링의 규칙도 모르는 곳이었다.

나는 순간 진심으로 아찔했다. 설마 폴더규칙부터 가르쳐줘야 하는건지?

이런걸 알려주면 주니어님들이 자존심 상해하진 않을지 잠시 고민했다.

개발자가 존재하는 회사인데 폴더구조가 도대체 왜이런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일은 해야하니까.


이들의 NAS는 파일 찾는것이 너무너무 힘들었고 히스토리 추적도 어려운 구조였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모든 폴더와 파일은 넘버링조차 없었다.

IT인들은 이게 무슨의지인지 잘 알거라 생각한다.


입사 전, 대표는 자기 직원들 존중해달라고 재차 당부했었다.

나는 시종일관 예의바른 사람이었는데 왜 이런 강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직장용 페르소나에 겸손도 한겹 더 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겸손해야 하니까 폴더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들을 존중해야 하니까.

이를 악물고 히스토리 파악을 위해 NAS를 열심히 뒤졌지만 

너무 자유로운 폴더구조에 나는 GG를 치고 말았다.


다시 말하자면 

왓더! 스타트업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자유로운곳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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