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 불(佛)

속세를 떠나 수행의 길로

by 신서안

스님 셋이 숲 가장자리, 마른 땅 위에 섰다

젊은 스님 둘이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


이름과 구두와 시계를,

명예와 욕망과 강박을


차례로 벗어 던져 넣었다

불은 그것을 정결하게 받아 삼키고

조심조심 몸집을 불렸다


붉은 천이 바람에 흔들릴 때

노스님은 제자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짧은 의례가 끝나자

법명과 사리와 염주만 가지고서

그들은 자리를 거두고 천천히 들어갔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아수라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깊고 고요한 깨달음의 골짜기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