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일하는 엄마 #좋은 부모란?#제주도 성산일출봉 #섭지고지
“엄마가 저렇게 나대고 다니니까 애들이 아프지!”
수업을 마치고 조퇴 결재를 맡으러 교무실에 갔습니다. 전산행정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복무결재를 올리고 바로 나갈 수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조퇴든 병가든 구두보고가 먼저였습니다. 왜 조퇴를 해야 하는지 교무부장, 교감, 교장 선생님께 차례차례 구구절절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처럼 머리 숙여 애원하듯 해야 겨우 허락을 받던 때였습니다. 교감선생님께 조퇴 허락을 받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나이 많으신 여자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제 뒤통수를 향해 큰 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교무실에 있던 교무실무사, 교감 선생님,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온 동료 교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소리였습니다. 순간 저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며칠 전부터 폐렴으로 입원한 셋째 아이 간병하다 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간병 교대해주러 오신 시어머님께 아픈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했습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반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들께 맡길 수 없어서 연가도 쓰지 않고,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면서 피곤한 내색 하나 없이 남은 힘을 다 모아 에너지 넘치는 수업을 겨우 마친 후 병원에 계신 시어머니와 빨리 교대해야 할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조퇴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던 저에게 교무부장의 그 어이없는 한 마디는 여태껏 참고 억눌러왔던 제 감정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나대고 다니니까 애들이 아프다고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참나! 그럼 일 안 하고 집에서 애들만 돌보는 엄마들 아이들은 왜 병원에 입원해 있을까요? 입원한 애들 중 그런 애들이 더 많습디다! 애들이 크면서 이래저래 아프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게 왜 다 엄마 탓이에요? 그러는 교무부장님은 안 나대고 다니셔서 애들 한 번도 병원에 간 적 없으시겠네요? 아~ 교무부장님은 애들 직접 키워본 적도 없고 친정어머니랑 보모가 맡아서 다 키워줬으니 병원에 갔는지 아팠는지도 잘 모르셨겠구나! 교무부장님은 아이 직접 안 키워보셔서 모르시겠지만 애들이 아픈 거 그거 엄마 탓 아니에요! 아셨어요?”
교무실 문을 나서다 뒤돌아서 활화산처럼 할 말을 쏟아내고 나온 뒤 교무실 문을 ‘꽝’ 하고 세차게 닫아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들 많이 못 챙겨 주는 게 늘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교무부장의 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들어와 마음속 여기저기를 난도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세 아이를 키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직장이라 아이들 다 재우고 나면 퇴근했다가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때 출근해버리면 그에 비해 좀 더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제가 세 아이를 전적으로 돌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자고 있는 세 아이를 하나씩 안아 올려 깨우고 씻기고 옷 입혀서 놀이방이며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눈도 뜨지 못한 첫째와 둘째 아이를 식탁의자에 앉혀 놓고 조미김에 밥을 싸서 한 명씩 입에 넣어 주며
“이번엔 누구 차례?”
“엄마 나야 나!”
“아니야, 넌 방금 먹었잖아. 이번엔 내 차례라고!”
셋째 아이 젖병을 물려주고 밥 먹였던 아이한테 또 주기라도 할라치면 난리가 나는 건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밥 다 먹이고 나갈 준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들마다 가방 한 개씩 그리고 제 출근 가방까지 가방이 네 개에다 비라도 올라치면 우산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셋째 아이는 아기띠로 앞에 매고, 둘째 아이는 포대기로 뒤에 엎고, 첫째 아이는 한 손으로 잡았습니다. 아침마다 피난길 피난민처럼 아이들을 맡기고 나면 교실문을 열기도 전에 늘 기진맥진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애들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이라도 할라치면 밤에는 병원에서 밤새워 간호하고, 낮에는 학교에 출근해서 수업하고, 정말 어떻게 걸어 다녔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늘 피곤하고 힘들어도 엄마 아빠가 모두 직장 다니느라 온종일 놀이방이며 어린이집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엄마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무거운 멍에였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서 세 아이를 힘겹게 키우고 있지만 제 직장인 학교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항상 앞장서서 어떤 업무든 척척 해내고,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마다 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 만나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가 미덕이었던 그때, 어느 직장보다 보수적이었던 '학교'라는 곳에서 보통의 여교사들과는 사뭇 다른 열정이 넘치고 인기가 많은 저는 그렇지 않은 다른 동료 교사들 눈에는 거슬리는 존재였습니다.
"자네만 튀려고 그러나? 우리 반이랑 비교되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마. 학부모들이 우리 반이랑 자네 반 비교해서 요구사항이 많아지잖아."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격려와 응원은 못해줄 망정 질투하고 시기하고 뒤에서 흉이나 보는 사람들은 어느 직장에나 꼭 있기 마련입니다. 학교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심합니다. 이런 말에도 저는 그러든가 말든가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나 되겠지. 아무 존재감 없는’ 이렇게 여기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옆 반 눈치 보다가 정작 제가 저희 반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을 놓치면 평생 후회하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사람 면전에서 말도 안 되는 거슬리는 말을 하는데 그냥 참고 넘기지 못하는 '불같은 정의파'로서 저는 참지 않고 교무부장에게 똑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소리 질렀습니다. 그렇게 교무실을 나오며 교무부장에게 퍼붓고 나니 속은 후련할지언정 또 한편으로는 속이 상했습니다. 힘든 내색 없이 겨우겨우 버티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교무부장에게 퍼부은 말들은 제 맘속 깊이 숨겨두었던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들에게 가져야 하는 미안한 마음에 대한 애잔한 제 자신의 변론이기도 했습니다.
'나도 힘들다고,
겨우 버티고 있다고,
다 내 탓은 아니라고,
나도 편하게 사는 게 좋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라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것이니
일하는 엄마 아빠를 둔 너희들도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고,
행복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반듯이 노력과 대가가 필요하다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함께 웃으며 옛날이야기처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그때 엄마가 입에 넣어준 김에 밥만 넣은 김밥, 진짜 맛있었어.”
“엄마가 내 차롄데 동생 줄 때는 너무 서운했어.”
“지금 먹어도 맛있는데?”
“엄마, 어떻게 아이 셋을 키웠어? 난 한 명도 못 키울 것 같아.”
“너희들이 잘 커줬지. 셋이서 엄마도 잘 도와주고.”
가끔 아이들 어릴 때 먹던 조미김에 흰 밥만 싸서 먹으며 이젠 성인이 된 아이들과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힘겹게 살 때는 늘 불안하고 제 자신을 믿지 못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
좋은 엄마가 아니면 어쩌지?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어쩌지?
직장도 가정도 다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그때는 늘 안절부절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거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참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날그날을 온 힘을 다해 살아냈으니까요.
“엄마가 혹시 어릴 때 너희들 마음 상하게 한 거 있으면 얘기해줘. 엄마가 지금이라도 사과할게. 엄마도 그땐 어렸고, 엄마가 처음이어서 서툴렀어.”
“그런 건 생각 안 나는데? 그냥 재밌었던 기억밖에 생각 안 나. 엄마도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으면 됐지 뭐.”
25년 직장생활을 하며 23년을 일하는 엄마로 살아왔습니다. 독박 육아로 아이 셋을 키웠고 학교에서는 매년 서른 명이 넘는 학생들과 그 두배인 학부모님을 상대했습니다. 때론 너무 힘들어서 집 현관에 주저앉아 아이들을 안고 울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남편에게 신세한탄을 하며 술주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밤새 깨지 않고 실컷 자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개인 사정은 직장에서는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업무에 차질이 있을까 눈치를 주는 것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오는 보통의 직장 문화이니까요.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세 아이를 잘 키워내고 직장에서는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에게까지 인정받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도 잘 키우고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 노하우를 이 세상의 모든 일하는 엄마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내 아이 뿌리 단단히 하기'라는 주제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끈끈한 관계 맺기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아이의 평생 버팀목이 될 튼튼 한 자존감 만들기 비법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내 아이 학교생활 성공비법'에 대한 내용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과의 원만한 관계 맺기와 학년별 상황별 문제 대처방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