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고 May 10. 2024

타임캡슐에 꼭 넣고 싶은 다섯가지

  타임캡슐에 넣고 싶은 다섯 가지를 골라보려고 한다. 30년 후에 개봉 예정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때는 지금보다 기술이 더 발전할 것이다. 지금도 VR로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재연할 수 있는데 그때가 되면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만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재연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핸드폰에 아이들 영상이 가득하니 VR재연은 문제없겠고 어린이의 보들보들한 피부도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 아들에게 나는 어린이 특유의 달콤한 냄새도 재연해 달라고 하고 싶다. 유년기에만 나는 아기 냄새가 있는데 초등학생이 되면 이 냄새가 사라진다. 아이의 달콤한 향을 담아 타임 캡슐에 넣어 둬야겠다. 그래서 훗날 이 시절의 어린아이를 꼭 껴안고 냄새 맡고 싶다.


  지금 이 순간도 담아야겠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등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평화로운 이 일상이 그리울 때 꺼내보며 따뜻한 햇살의 온도와 약간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고 싶다.


  엄마의 잔소리를 담고 싶다. 노인이 된 나에게 잔소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지겠다. 가끔 마음이 해이해져 늘어지고 싶을 때 엄마의 잔소리에 예전처럼 짜증도 내면서 몸 가짐을 바로 하고 싶다.


  시어머니의 음식도 담겠다. 요리에 진심인 시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 그리워질 것 같다. 밥 해 먹기 귀찮을 때 레토르트 식품처럼 어머님의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꺼내 데워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피도 한팩 뽑아서 보관해 둬야겠다. 나중에 병이 걸리면 건강했던 시절, 피에 담긴 성분이 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 피 한팩을 무제한 복제해서 젊음까지 돌려준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렇게 담기 불가능한 것들을 전부 넣을 수 있도록 우선 미래의 기술이 시급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어머니는 현모양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