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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Jan 18. 2024

마장호수에서 박수쳤더니 생긴 일


마장 호수 출렁다리에 갔습니다.

산에 둘러싸인 호수의 전경위로 이쪽과 건너편 저쪽을 가로 짓는 출렁다리의 모습은 웅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이 수채화 같은 장면이 밋밋하지 말라며  호수 위엔 오리들이 점점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관에 감탄하며 출렁다리 위를 울렁울렁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방문자! 방문자!”

갑자기 정막을 깨는 소리가 호수가 떠나가라 크게 울렸습니다.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소리 같습니다.


이렇게 고요한 호수에서

누가 누구를 찾는 걸까요.

저 역시 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습니다.


찾았습니다.

어떤 아저씨 한분이 수변둘레길에 서서

주의를 끌기 위해 박수까지 치며  ‘방문자’ 정도 되는 성함을 가진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출렁다리 위에는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분이 서 계셨고, 카메라가 그분 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작가 분이 ‘방문자’씨 인가 봅니다.

저 아래 둘레길의 아저씨가 ‘나 여기 있다고, 이제 촬영해도 된다고 ‘ 신호를 주었나 봅니다


이런 저만의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펼쳐진 장면!


호수 위에 자는 듯 앉아 휴식하던 오리들이 떼를 지어

그 아저씨에게로 몰려왔습니다.


잠깐!

죄송합니다.


’ 방문자‘가 아니라 ‘밥 먹자’였네요.

먼 거리에서의 울림이 준 세 글자의 소리음은

제가 예측 가능한 수준인 사람의 이름으로 들렸습니다.


근데 저 오리들은 저보다 한국어 듣기가 잘 되네요.

모국어가 한국어인 나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오리들은 밥 먹자는 말을 듣고 모여들다니

오리는 얼마나 똑똑한 동물인가

오리의 아이큐는 동물 중 순위가 어디쯤인가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이 정신없어질 때

아저씨가 오리들을 향해 밥을 뿌립니다.


날개를 퍼드득 거리며 한알이라도 더 먹어보려는 오리들의 몸부림도 장관입니다.


저분은 언제부터 오리들 밥을 챙겨 주셨던 걸까요?

얼마나 자주 오셨기에 오리들이 반응하는 걸까요?

혹시 저분 말고 밥을 주는 다른 분들도 계신 걸까요?


겨울철 먹을 것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환경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한다는

안타까운 기사들 속에 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마음 따뜻한 분을 뵈니 좋았습니다.


그분이 떠나고

오리들도 떠났습니다.


저는 출렁다리를 건너 그곳으로 가봤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아저씨처럼 박수 쳐봤습니다.

밥 먹자고 외치지는 못했습니다.


앗! 그런데 오리들이 옵니다.

소심하게 작게 친 박수소리가 메아리쳐 오리들에게 닿았나 봅니다.

마구 몰려듭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인 빠른 속도로 반응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오리들은 진짜 밥을 챙겨주는 고마운 아저씨를 기억하지는 못하는군요.


다음엔 저도 오리들에게 줄 밥을 챙겨 와 던져주겠습니다.

저번엔 미안했다고.. 사과도 함께 건네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오리 밥을 챙겨서 마장호수로 가세요.

그리고 박수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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