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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Jan 13. 2024

발리 하드락의 불공정한 게임

그리고...계산된 폼파티(Foam Party)

어어어?? 어어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그런 아이 |


이곳에 모인 어린이들이 줄을 서니 자석에 이끌리듯 자기도 모르게 줄을 서 보았지만, 이내 남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는 걸 알고는 하기 싫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잘하고 싶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그것이 피아노든 태권도든 수영이든 말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가는 학원이건만, 미리 집에서 익힌 후 학원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다는 어린이다운 발상을 한다. 이런 생각을 설득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밀려온다.

그런 아이다. 그러니 잘하지 못할 수도 있는 활동을, 그것도 외국인 친구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주목받은 채 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내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 하드락 호텔 발리 |


우리는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

일정 중 반은 어린이들 위주로 짜고, 나머지 반은 어른들 취향대로 짰다. 반 보씩 양보한 공평한 여행이었다.

먼저 긴 비행 일정의 피곤으로 아이들의 텐션이 떨어지기 전에

어린이 프로그램이 좋기로 유명한 하드락 호텔 발리(Hard Rock Hotel Bali)로 갔다.

| 수영장 액티비티 |


이곳 수영장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액티비티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명 ‘물 위 걷기(Walk on the Water)’라는 타이틀을 가진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 액티비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았던 수영장 위에 떠 있는 위태위태한 다리를 건너는 게임이다.

정황상 안 할 수도 없는 게,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옴과 동시에 수영장에서 놀고 있던 모든 어린이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어 한 줄을 이루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부는 피리에 홀리듯 어린이들이 어딘가에서 속속 나타나 만든 줄이다. 마치 이걸 하지 않으면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야 할 것같다. 수영장에 있는 모든 어린이들이 남김없이 참석하겠노라 줄을 섰다. 어서 우리 집 어린이도 저 줄에 동참해야 할 텐데 조급함에 마음이 촐랑거렸다.


'오늘 하루만 보면 못 만날 사람들이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에게 관심이 없어. 저들은 널 기억하지도 못할 거야. 저 물 위에 떠 있는 다리를 봐 봐. 정말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

악마의 속삭임보다 더하게 쉬지도 않고 속닥속닥 거렸다. 마지막으로 참여만 하면 맛있는 간식을 사주겠다는 상품까지 내 걸려고 마음을 먹은 찰나, 다행히 한번 해보겠다고 용기를 냈다. 고맙게도 엄마의 추가 지출을 막아 주었다.


처음엔 연습할 기회를 준다.

모두 15개의 발판을 끝까지 건너야 승리하는 게임이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단 다른 사람들 앞에 나가서 뛴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에 목표를 두었고,

그래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물 위의 흔들 다리를 건너는 것을 지켜보았다.

예선전에서 딸아이는 15개의 절반도 밟지 못하고 물속에 빠졌다.

그래도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어 크게 절망하지 않았다.

아이는 ‘내가 못 할 거라고 했잖아.’라고 작게 말하며 본 게임을 하러 다시 줄을 섰다.


이 게임은 나이 제한이 없어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물론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도 참가했다. 물속에 있는 엄마가 내미는 손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걸어본다. 결국엔 넘어져서 발판 위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최선을 다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은 어린이 친화적으로 천천히 진행됐다. 관전하는 부모들도 급할 게 없었다.

경기는 순위권에 오르고 싶은 6,7세쯤의 어린이들이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박진감 넘치게 치러졌다.

끝까지 완주한 어린이에게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고,

중도에 떨어진 아이들한테는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제 딸아이가 호명되고 출발을 했다.


| 순위권 진입 |


바로 그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 온 것이다.

어어어?? 어어어!!!


어어어??

한 걸음씩 발을 내딛은 아이는 절반을 넘어갔다. 약간의 기대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어!

조금만 더하면 끝까지 도달하겠는데, 힘을 내면 좋겠다.

어!

12개를 통과하니 기대감은 브레이크 없이 마구 달린다.

어!

15개 전부 통과??!!!


야호!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고, 내 마음도 터져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겐 둘째 아이가 있고, 바로 누나 다음 타자였다.

좀 전 출전에 의의를 둔다는 겸손한 마음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온데간데없다.

누나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동생에게도 승리의 기운이 다하길 바라며,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초심자의 행운은 누나에게만 닿았다.

동생은 절반을 조금 넘기고 물속에 빠졌고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채 물 밖으로 나왔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통과한 어린이가 모두 다섯 명이였다. 순위를 매기기 위해 재 경기를 치렀다.

이곳은 올림픽과 같이 금, 은, 동 단 세 개의 메달이 준비되어 있다. 즉 세명을 가려야 한다.

잘하는 어린이들이 모인 터라 빠르게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핸디캡을 주었다.

[양손을 머리에 대고 건너기]

두 명이 탈락하고 세 명이 남았다.

세 명이 다시 경기를 치렀다.

이번 핸디캡은 [뒷짐 지고 건너기]

첫 번째 참가자는 끝까지 통과했다.

두 번째 출전한 딸아이는 아쉽게도 10개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다.

세 번째 선수 입장과 동시에 나는 응원 대신 그 친구가 10개를 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세 번째 어린이는 6개에서 탈락하여 마침내 순위가 결정되었다.

은메달이다.

위너는 메달을 목에 걸고 호텔에서 제공한 사진 촬영의 영광도 누린다. 


| 불공정한 게임 |


시상식까지 다 마치고, 흥분 속에서 정신이 든 나는 비로소 옆에 서 있는 둘째가 눈에 띈다.

화가 잔뜩 나 있다. 한 집에 두 명의 아이가 있으면 항상 경쟁 관계 속에서 균형감을 찾기 어려워 난감할 때가 많다.

둘째 기분이 어떨지 헤아리느라 메달을 목에 건 첫째를 온전히 축하해주지 못했다.

큰 아이 역시 큰 애답게 철이 들어 동생이 화가 나 있는 모양새를 보고 눈치껏 행동했다. 영광의 메달을 사랑 땜도 하기 전에 동생에게 주려고 건넸다. 누나의 메달을 보니 참았던 속상함이 얼굴에 더 도드라졌다. ‘나도 메달권에 진입하고 싶다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더라.

둘째 아이 덕분에 불현듯 이 게임의 불공정함을 깨달았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160센티미터에 달하는 어린이들까지 모두 동일하게 진행되는 이 경기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그 증거로 이번에 메달을 딴 금, 은, 동 세명 모두 비슷하게 키가 컸다.

이 말인즉슨, 다리를 잘 건널 수 있는 선수 다리의 기럭지가 필수 조건인 셈이다.

피지컬부터 차이가 나는 이 경기에서 다리도 짧고 노련함도 없는 동생들은 우수수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본경기부터 키에 맞는 핸디캡을 주고 실시했어야 옳다.

그러나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호텔 측에서 정성껏 제공한 키즈 프로그램이다. 정색을 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양분화된 감정의 흐름 때문에 내 속은 소란스러워졌다.


경기 전, 악마의 속삭임 같은 끈질김으로 큰 아이를 설득해 경기에 참가하게 했던 실력을 발휘할 때다.

이번엔 아이 달래는 법 중 천사의 유혹 편을 꺼내 속상한 둘째에게 적용해 본다.


| 폼 파티 |


그런데! 

이 모든 걸 계산에 넣은 걸까?

고맙게도 호텔 측은 30분쯤 후에 폼 파티(Foam Party)를 열어 주었다. 아이들로 하여금 패배에 대해 오래 생각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폼파티는 음악과 버블이 함께 하는 색다른 광경으로 한낮의 나이트클럽에 온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은 온몸을 감싸는 버블에 함박웃음을 짓느라 정신이 없어 입안에 폼이 들어가지 않도록 단도리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렇듯 어린이를 위해 선택한 발리 하드락 호텔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아쉬운 객실 컨디션이나 조식 퀄리티는 차치하더라도 어린이가 함께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다만, 주말에 가장 흥미로운 액티비티가 몰려 있으니 사전에 액티비티 요일을 확인하고 예약하길 바란다.

여러분들도 갖가지 액티비티에 참여하여 발리에서 국위 선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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