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종묘 - 세대가 둘로 나뉜 풍경

그리고…

by 고고

아줌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핫플 찾아다니는 게 취미다. 이런 나도 재방문은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곳이 두 곳 있는데, 바로 ‘익선동’과’ 서순라길’이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아줌마라 이질감을 많이 느낀 장소였다.(지금은 많이 대중화 되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중 종묘의 서순라길은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돌담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 대신 담벼락을 따라 걸어도 좋은 길이다. 날이 포근한 어느 날 서순라길부터 시작해 종묘 주변을 걷기로 했다. 다시 찾은 서순라길 카페엔 여전히 20대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끔 외국인도 보였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못한 채 길을 걷는 관광객들이었다. 외국인에게 종묘가 매력적인 관광지인 이유는 한국의 전통미도 있겠지만 불과 200m를 사이에 두고 세대가 나뉜 풍경 탓도 있을 것이다.


서순라길에서 조금 떨어진 종묘 입구는 유명한 할아버지들의 아지트이다.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계시는 분들, 어디에서 가져온 바둑판인지 모를 여러 개의 바둑판을 놓고 무리 지어 바둑 두시는 분들, 그 옆에 병풍처럼 서서 훈수 두시는 분들. 이런 모습에 한국 사람인 내게도 종묘는 재미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여러 무리 중 유독 눈에 띄는 할아버지 팀이 있었다. 종묘는 방문하는 인원에 비해 벤치가 부족하다. 그래서 다들 화단의 돌 위를 의자 삼아 앉아 있거나 혹은 서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중앙을 바라보며 타원형 대형으로 앉아 있었다. 심지어 모두 플라스틱 간이의자 위에. 중앙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스무 명 남짓한 청중들 사이를 오가며 말씀 중이었다. 귀에 거는 마이크까지 착용하고 있어 무슨 이야기 중인지 궁금했다. 청중들은 모두 조용히 경청 중이었다. 말을 끊거나 그 흔한 추임새조차 넣지 않았다. 옛날 장터 판소리꾼의 마당극이 떠올랐다. 정치 이야기인가?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극이면 좋겠다. 기대에 차서 귀를 기울였다.


이때 들리는 한마디.

‘할~~ 렐루야’

오. 그래.

포교의 풍경도 한국의 일부분이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천 원에 산 추억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