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머코너에서 초등학생들의 답안지를 모아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문제]
1. 다음과 같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를 쓰시오.
- 쌀, 보리, 콩, 팥
( 어린이가 쓴 답: 이마트)
아이가 할 수 있는 사고 안에서 최선을 다한 답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 미소 지으며 보다가 우리 아이도 종종 기발한 답변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하며 추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떠올리려고 하니 잘 기억나지 않았다. 기록해 놓을 걸 그랬다. 후회가 되었다. 이제 둘째가 유아티를 거의 벗은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올해까지는 어린이다운 반짝임이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런 상황이 오면 바로 적어 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상황은 엉뚱하게도 다 컸다고 생각한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애에게서 발생됐다.
학교에서 스포츠 클럽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는데 모집을 위한 참가자 신청서를 받고 있었다. 큰애가 참가를 원했다. 부모 동의가 필요해 대신 신청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학부모 연락처’ 옆에 ‘ 학생과의 관계’를 적는 칸이 있었다. 전화번호를 적은 후 학생과의 관계에 ’모‘라고 적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큰애가 참견했다.
“엄마! ‘좋음’이라고 적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학생과의 관계 = 좋음!‘ 그토록 기다렸던 답변이자 기대했던 만큼 웃긴 답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나는 마음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지난주 학부모 상담에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 저희 애는 책을 많이 읽어서 친구들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어요. 선생님.”
얼굴이 화끈거리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입이 방정이었다. 부모 동의가 필요 없었다면 이 신청서는 아이 수준대로 작성되어 선생님께 도달했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이던지. 아이에게 이런 속마음을 일절 숨기고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는 헷갈리지 않게 설명해 주었다. 그때 차마 다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킨 말이 있다.
‘중학생을 목전에 둔 6학년아. 너는 ‘모’를 모르고 ‘모’를 아는 거니? 그래도 사춘기가 들락날락하는데 다른 여러 종류의 관계 중 ‘좋음‘이라고 생각해 줘서 참으로 고오…맙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