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약 한 달간 주운 쓰레기 무게 332kg. 최근 제주 서귀포시 해안에서 ‘제주줍깅’ 캠페인을 통해 모은 쓰레기 양이라고 합니다. 쓰레기 더미를 분석한 결과, 담배꽁초가 34.3%를 차지했다고 하죠. 1,324개 담배꽁초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며 해양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막은 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뜻을 모아 실천한 줍깅 캠페인이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쓰레기 줍기 운동 ‘플로깅(Plogging)’은 우리나라에도 ‘쓰담달리기’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활동은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뜻, 이런 의문이 듭니다. 조깅을 하는 30분에서 1시간 사이, 환경은 얼마나 달라질까. 분명 또 다른 쓰레기가 대신할 텐데. 불과 2년 전, 제가 뭉근히 품고 있던 의심이었습니다.
캠페인, 서로의 온도를 맞추는 일
러쉬코리아는 ‘#플라스틱줍깅’ 캠페인을 펼치며 많은 쓰레기를 주워 왔습니다. 특히 2019년 7월 여름, 제주 해안가를 시작으로 3개월 반 동안 강원도, 강화도, 부산 등 여러 지역의 도시와 바다, 개천, 공원을 돌며 총 56회 정화 활동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저 역시 워크숍으로 떠난 강릉 해안에서 ‘쓰레기줍깅’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큰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해안가를 거니는 일은 무척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드넓은 해안에서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쓰레기는 마치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광활한 파도와도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주춤거리는 발걸음이 확신으로 변했던 순간은 제법 몸집이 커진 종량제 봉투도, 완전히 깨끗해진 모래사장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를 따라 함께 쓰레기를 줍던 주변 사람의 변화였습니다.
어쩌면 자연을 위한 다양한 행동은 우리의 마음을 그러모으는 일이기도 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무언가 변하지 않더라도, 올곧은 영향이 조금씩 결을 쌓으며 세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어디서나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 사용을 지향하고 생활 곳곳에 자리한 제품들에 대해 친환경 옵션을 고려합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회용 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텀블러와 보온병 매출은 각각 약 53%, 69% 늘었다고 전했죠.
이렇듯 환경을 마주하는 저마다의 다른 온도를 캠페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맞춰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불어 행동할수록 지구는 좀 더 가벼워지고,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은 안락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년 후, 현재 저의 의심은 어떤 모양으로 변했는지 궁금한가요? 다음의 사진으로 답을 대신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