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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드스피크 Mar 02. 2024

나라면 어땠을까

매력

어느 날, 우리언니가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다고 꼼짝도 못하던 밤이었다.

잠깐 몇분 뒤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걱정스런 눈길로 곁에 있어주었지만 몇 분이 지나도 미칠듯이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로 배를 움켜쥐며 계속 몸을 숙힌 채 힘겹게 내게 말을 한다

"나 진짜 몸을 못 일으키겠어 너무 아파 진짜 너무 아파 배가"

그렇다 저번에도 한번 언니한테 연락 온 적있었다.

"배가 너무 아파서 못 움직이겠어"

이 문자를 받자마자 걱정되는 마음에 말성임없이 바로 택시타고 우리집 앞으로 가서 언니를 태우고 바로 응급실에 간 적 있었다.

갔더니 처방을 받자마자 어이없을 정도로 바로 나아진 적 있어서, 조금만 더 지켜볼려고 했으나 미칠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급하게 택시를 부르고 응급실에 갔다.

그 때처럼 예상대로 약 먹으면 괜찮을거라며 처방내려주고는 바로 퇴원시켰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처방해준 약을 복용해도, 여전히 배가 아프다며 제대로 걷기가 힘들어 혹시 몰라 다른 병원에 방문했었다고 연락왔다.

그 결과, 장염이라고 한다.

아, 장염이었어? 그렇게나 아파했는데? 뭐야 했지만 뭐 이번에 제대로 진료를 받았으니 약먹으면 금방 나아지겠지 싶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여전히 괴로워했었다.

언니의 친한 친구분이 지켜보고선 안되겠다 싶어 일단 같이 큰 병원에 가고 있다고 연락왔다.

근데 왠걸 당장 입원을 해야된다고 하지않는가

응? 우리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대체 어디가 아픈거지? 장염이라며? 장염인데 왜 입원을 해?

대체 이유를 통 알 수없는 채로 입원절차를 밟고 들어간 우리언니한테 가서 이유를 물어도

당사자인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하질 않나 대체 무슨 상황이람? 언니가 왜 몰라? 병원 입원까지 하는데?

결국 영 알 수없는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언니한테 무슨 일이지? 괜찮을까? 하는 찝찝한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수술날짜까지 잡혔다고 연락왔다.

무슨 병명이며 대체 무엇을 때문에 수술하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우리엄마는 그저 수술을 해야만 알 수있는 병명이라고 할 뿐,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않게 이야기를 하셨다.

수술만 하면 된다고 말을 그렇게 하셨지만 정착 엄마의 모습은 편안하지않고 생각이 가뜩 차 보여 복잡해보였다.

그러고 엄마랑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엄마가 갑자기 내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시면서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너 언니가 ... 언니가 ... 수술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앞으로 건강한 언니의 모습을 볼 수없으면 어떡하지?

언니 방에 들어가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있어야지. 참을 수가 없다며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앞에서 알 수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엉엉 우시질 않나.

살면서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만, 엉엉 울고계시는 엄마 앞에서 괜히 아무렇지않은 척을 했다

어디 아픈지, 어떤 수술을 하는 건지도 당최 알 수 없고 도무지 모르겠지만

"왜 울고그래 우리언닌 잘 이겨낼꺼야" 라며 엄마 왜 혼자 오바하고있냐듯이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우리엄마가 왜 아이처럼 우시고, 수술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 수술이길래 저렇게 말씀하시는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생각이 꼬리에 물고 물다보니 밤을 샜다.

여전히 찝찝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병원에 방문했다.

언니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같이 있는데 이 모습이 마지막이 아니길,

분명 우리 언니는 잘 이겨내서 살아돌아올꺼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조용히 속으로 속삭이며 보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몇시간 뒤, 생각보다 너무 늦게 나온 우리언니의 모습은

대체 뭔 물건들인건지 목인가 어깨인가 여러 튜브들이 꽂힌 채로 나타나 마취에 깨 비몽사몽한 채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우선 아, 다행이다. 살아있구나 먼저 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나서 아파하는 모습에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냥 건강하게 웃고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는데 왜 언니는 지금 여기서 아파하고, 괴로워하고있는걸까..

의사 선생님들을 따라 조심히 병실에 옮기고있는 우리언니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 때 알았다.

의사샘들의 오착으로 암이라는 병명을 엄마께 말씀드렸고

수술한 결과, 오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가 언니가 만약 알게된다면 불안해할까봐, 나도 너무 놀랄까봐 말을 아끼셨고,

언니 방에 들어가셨다가 언니가 진짜 혹여나 어떻게 될까봐 끔찍한 생각에 감당하기가 힘들어 결국 내 앞에서 그렇게 아이처럼 우셨던 거고,

병원에 의사 선생님, 간호사까지 언니한테 절대 말을 하지말아달라고 당부하셔서

우리언니도 나도 통 알 수가 없었고, 엄마는 혼자 얼마나 많은 감당을 하고 계셨던 것일까

사랑으로 그러시는 거 알겠지만 순간 너무 화가 나기도 했다.

적어도 나한테라도 이야기를 했어야지 하면서 다그쳤지만, 엄마는 절대 너넨 엄마 마음을 이해 못할 거라는 말 뿐,

그렇지만 이게 뭔들 중요하나 언니가 수술을 잘 마치고 나온 것만으로 얼마나 천만다행이며 감사한 일인지 ..

나는 며칠 째 걱정 된 마음에 밤을 통 편히 잘 수없었으니 병실에서 쿨쿨 자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언니랑 이야기를 했다.

너라면, 오착이었지만 솔직하게 바로 얘기해줬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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