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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Dec 29. 2023

 불안한 균형 잡기

전시회 소감

 전시회를 열면서 며칠 동안 살을 에는 추위에 떨었다. 하필 이럴 때 일정을 잡았나 싶기도

하고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몇 안 되는 관람자들이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림이라고

방명록에 써 주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를 의미 있게 보내려는 마음이었다. 백화점 주변과 트리 축제가 있는

길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도 다 한마음이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처럼 6명

식구들이 다 모였으니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다. 영도에 있는 제주 복국을 먹으러 나섰는데

정체된 도로 때문에 놀랐다. 다리를 건너 영도에 들어가니까 더 꽉 막혀서 버스 기사가

제시하는 대로 내려서 건너편 언덕에 올라가 택시 두 대로 갈아탔다.

모두 맛있게 먹었는데 여유를 부리며 카페 385에서 후식을 즐길 생각은 접어야 했다.

딸들이 무사히 저녁 기차로 서울에 갈 수 있을지 이동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택시로 남항대교를 건너 자갈치 역에서 내렸고 광복동 트리 축제를 본 다음 남포동

지하철에서 작별했다.

다행히 기온이 올라서 어제는 전시장에 온 지인에게 덜 미안했다. 그림을 좀 더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하고 말했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뭔가를 느끼고

가기를 바란다. 차분히 오랫동안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이라고 해 준 사람도 있다. 그림을

감상한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는 시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면 좋겠다.

이번 전시회장은 팝업 스페이스다. 정식 갤러리가 아니라서 접근할 때 부담이 없는 공간이다.

부산에 이런 곳이 다 있냐고 언덕의 널찍한 주차장과 2층 카페를 보고 놀란다.

전시 공간이 부족해서 복도에도 가변 설치를 했는데 그야말로 살짝 스치기만 해도 무너질 작품이다.

내가 만지다가 몇 번 애를 먹었다. 지키는 사람도 없고 좀 불안했는데 멀쩡하게 있어서 내가 놀랐다.

이런 게 문화의식이고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심 아닌가!

<흔들리면서 균형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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