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함을 요구하는 시대

나는 누구이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by 명규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에 대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소위 사실이나 진실을 거부하는 '대깨문'집단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견해나 개인의 관점은 용납하지 못한다. 거의 종교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까?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의문이 들었다. 국가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거대 자본과 빅 테크, 거대 언론 같은 글로벌 세력들의 문제도 마친가 지다.


<신 없음의 과학>이란 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과학자), 대니얼 대닛(철학자, 인지과학자), 샘 해리스(신경과학자, 철학자), 크리스토퍼 히친스(정치학자, 저널리스트)가 모여서 나눈 종교와 과학, 무신론에 대한 자유로운 대화를 역은 것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실마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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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저자;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장대익 역, 김영사(2019)


세계가 잔인하고 공격적인 장소가 되지 않도록 도덕적 나침반과 도덕률을 제공해 온 종교는 교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서로를 적대시하고 종교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구의 발전에 밀린 이슬람은 한쪽에서 잔인한 지하디즘으로 세를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은 대부분 은유다. 종교적 이야기들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구조와 위계, 의미를 갖게 만든다. 이런 전통적 가치와 질서가 사라져 버린 상대주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틀로 여전히 신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이 모두 느끼는 영성과 신비는 이성과 숫자와 망원경이 침투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신이 없는 세계, 신에게서 기원한 표면적인 도덕적 기반도 없는 세계에 직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구일지라도 자신이 속해 있기를 원하는 집단의 바퀴가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 팬덤 현상에서 그렇듯이 스타를 신성하게 취급하고 거짓이나 결함을 덮으려 하며 진실을 들춰내는 사람을 공격한다. 교주와 신도들로 형성된 신흥 종교의 결속력을 보여준다. 유력한 정치인사에게도 아이돌 팬클럽 비슷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과거처럼 초자연적인 의미를 지닌 초월이 불가능한 세속적 세계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가 일원으로 속해 있는 집단 속에서 허구들을 감수하며, 받아들이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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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의 시대> 저자;피터 왓슨 , 책과 함께(2016)


무신론적이고 상대주의적 세계라 할지라도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신성하다고 느낄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떤 형태든 현대에 적합한 신성함이란 사람들이 그것을 용인하기에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인간 자체가 결함과 모순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기본이다. 신을 의식

하고 양심에 따라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공격받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집단적 사고에 함몰되어 개인의

관점을 지니지 못하는 데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그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어느 때보다 많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믿음과 의견으로 기운다.

이 현상은 안토니오 다마지오도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얼마나 똑똑하고 지식이 많든 상관없이, 반대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믿음을 바꾸는 것에 저항하게 된다. 이런 사실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정치적 대화는 어렵고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기는커녕 관계가 더 악화된다. 상반된 신념을 지니고 상충하는 가치에

의해 찢기더라도 우리는 상대를 적대시하기보다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할 수 있는 사고력을 지녀야 한다.

어떤 이념에 매여서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이해관계를 따른다면 역사는 방향을 잃고

사회는 진보하기 어렵다.

지적으로 정직하고 자유로워야겠다. 합리성과 객관성을 떠난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의 앞날은 어둡다. 이해관계나 집단을 떠나서 개개인이 스스로 진실을 찾아나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신은 물론 사회를 상향시켜 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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